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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남양주 ‘산과 들’, 양평 ‘도시’…팔당호 규제가 갈랐다

중앙일보

입력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호. 이곳은 2500만명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이다. 기자는 남양주시 관계자들과 함께 10인승 행정선을 타고 양수대교 인근에 다다랐다. 드넓은 북한강이 가른 양쪽 풍경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서쪽 남양주시 조안 지역은 황량했다. 주택이 드문드문 보일 뿐 산과 들판이 펼쳐져 있다. 동쪽 양평군 양수리 지역은 15층짜리 아파트와 상가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였다. 식당·카페도 즐비했다.

팔당 상수원 규제 지역인 남양주시 조안면의 낙후한 모습. 전익진 기자

팔당 상수원 규제 지역인 남양주시 조안면의 낙후한 모습. 전익진 기자

팔당 상수원 규제에서 벗어난 양평군 양수리. 전익진 기자

팔당 상수원 규제에서 벗어난 양평군 양수리. 전익진 기자

조광한 남양주시장 “보호구역 지정 불합리”  

행정선을 타고 현장을 소개하던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조 시장은 “지난 1975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당시 양평 양수리는 면 소재지라는 이유로 지정에서 제외했다. 반면 남양주 조안은 면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며 "불합리한 상수원 주변 지역 규제가 4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에 따른 차이는 눈으로도 확연했다. 조 시장은 “남양주 조안 지역은 병원과 약국, 문방구, 치킨집, 짜장면집, 미용실 하나 없는 낙후된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안면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는 고도처리공법을 활용해 팔당호 수질보다 우수한 수준으로 관리 중이다.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업중단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 위치도. 중앙포토

영업중단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 위치도. 중앙포토

행정선이 인근 팔당댐과 인접한 팔당호 취수구에 도착했다. 조 시장은 취수구를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류에 축산시설 등 오염원이 밀집해 수질이 2∼3급수인 경안천과 수㎞ 거리에 불과한 팔당댐 안쪽에 취수구 4곳이 있다는 점은 취수원 오염의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취수구 남·북한강 상류 옮겨야”

조 시장은 “경안천과 인접한 취수구를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 지역으로 옮겨 보다 깨끗한 원수를 취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2500만 주민의 단일 취수원인 팔당호 취수구를 다변화하면 수질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만일의 식수원 테러에 대비한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이 일을 잘 실천하면 ‘한국형 그린뉴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듭한 단속으로 지난 2016년 12월 폐업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앞 음식거리의 한 장어 음식점. 전익진 기자

거듭한 단속으로 지난 2016년 12월 폐업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앞 음식거리의 한 장어 음식점. 전익진 기자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 4명 중 1명(870명)은 전과자다. 조안면 일대는 2016년 검찰 단속으로 음식점 84곳이 문을 닫았다.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한 경우도 있었다. 2017년에는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일어났다. 하지만 같은 강을 끼고 있는 양평군은 11개, 광주시는 10개, 하남시는 2개 음식점만 제재를 받았다.

정부는 1975년 7월 9일 남양주·광주·양평·하남 일원에 여의도 면적의 약 55배에 달하는 158.8㎢를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26%인 42.4㎢가 조안면 일대다. 조안면 주민들은 면 전체 면적의 84%인 팔당 보호구역을 수질에 대한 영향이나 과학적인 고려 없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7년 7월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스스로 묵숨을 끊은 26세 청년이 남긴 유서. 유족 제공

지난 2017년 7월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스스로 묵숨을 끊은 26세 청년이 남긴 유서. 유족 제공

'재산권 침해' 헌법소원 청구

상수원 보호구역은 상수원 확보와 수질 보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곳이다. 지정한 즉시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고 농사를 짓는 정도만 가능하다. 지역주민이 소득창출을 위해 음식점·카페를 열려고 해도 영업시설의 총수가 전체 가구 수의 5%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전부터 5%룰을 넘긴 지역이 많아 새로 문을 열기 쉽지 않다.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헌법소원을 냈다.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시도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주민 요청을 검토한 결과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가 지방자치권과 시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팔당호=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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