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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한국 수출에 청신호…미·중 사이 선택 요구받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면 한국 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 통상질서 회복, 미국 민주당의 재정 확장이 전 세계 교역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악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변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 동맹국과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할 수 있다. G2(주요 2개국)인 미국, 중국과의 경제 연관도가 큰 한국 입장에서 곤란한 선택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 개표가 4일(미 동부시간) 일부 경합주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당선에 필요한 대통령 선거인단 270석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가전매장에 미국 대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뉴스1

미국 대선 개표가 4일(미 동부시간) 일부 경합주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당선에 필요한 대통령 선거인단 270석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가전매장에 미국 대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뉴스1

현대硏, “바이든 당선, 한국 수출 2.1%포인트 늘어” 

수출 개선 관측의 근거는 세계 교역량 확대 가능성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보호무역 정책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주요국의 교역 확대 및 성장률 제고로 이어지고 한국의 수출 여건도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중국은 물론 전통적인 동맹국인 유럽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이는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야기하며 세계적인 교역량 위축을 초래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임하자마자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크다는 걸 빌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18년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안전 기준 완화 등을 수용하며 한·미 FTA 개정안에 도장을 찍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거란 얘기다.

2020년도 월별 수출 증감. 산업통상자원부

2020년도 월별 수출 증감.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시 미국 경기 회복세가 강화돼도 미국산 제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며 “바이든 후보 당선은 국제통상 질서를 존중하는 분위기 형성으로 글로벌 교역이 개선세를 보여 한국 수출 여건도 양호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이 2.1%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민주당의 재정 지출 확대 방침도 교역량 개선에 고무적이다. 미국 민주당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호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이 재정을 확대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밀어 올리면 세계 교역물량이 늘어나고, 그 결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6.47포인트(2.40%) 오른 2,413.79로 약 50일 만에 2,410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떨어진 1,128.20원을 기록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6.47포인트(2.40%) 오른 2,413.79로 약 50일 만에 2,410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떨어진 1,128.20원을 기록했다. 뉴스1

구체적으로 미국의 성장률이 1.2%포인트 높아지면 세계 교역물량은 0.4%포인트 늘어나고 이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난다고 예상했다. 당장의 수출 호조 기대도 있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5.6% 늘었다. 일평균 수출이 플러스가 된 건 9개월 만이다. 바이든 당선은 이런 수출 회복세에 힘을 실을 수 있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 지속…선택 강요받을 수도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미·중 갈등은 여전히 지속할 거란 분석이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미국 편에 서라는 요구를 더 강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동맹국 협력을 선택사항으로 인식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직접적인 동참을 요청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두 국가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지를 강요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 전체 수출액의 25.6%는 중국이, 14.6%는 미국이 차지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며, 어떤 결정이든 통상환경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해득실의 정밀한 계산이 요구된다"며 "미·중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신뢰를 잃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선호하는 민주당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통상 질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미국 완화적 정책 큰틀 유지…변동성 확대 제한적 

정부는 5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과 관련한 국내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유럽·미국 등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 대선 불확실성이 가세해 당분간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 대선 리스크가 상당 부분 우리 금융시장에 선(先) 반영돼 있고 미국의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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