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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서던 평검사들 분노 터졌다, 실명댓글 항명 400개 육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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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찰권 남용을 비판한 검찰 내부망의 '커밍아웃' 댓글이 389개로 늘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에 올린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 달린 지지 댓글 수는 312개(오전 10시 기준)로 확인됐다. 최 검사는 지난달 2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해 '보복 시사성'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저도 (이 검사처럼)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앞서 28일 "추 장관이 법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글을 적었고 여기에도 이날까지 77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 검사와 이 검사의 글에는 "두 선배님의 글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작은 힘이나마 검찰의 정치적 중립, 독립을 위해 손을 얹는다" 등의 새 댓글이 속속 달리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검사가 2212명인 것을 고려하면 검사 10명 중 2명꼴로 실명 댓글을 단 것이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지난달 30일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애사(哀史)2'라는 제목의 글에는 55개의 비판 댓글이 달려 대조를 이뤘다. 임 부장은 검찰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것을 거론하며 "적지 않은 국민이 검찰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겠다"며 자성론을 제기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다" "편을 나누지 말라" "정작 스스로에 대한 자성은 없고 남만 비판하고 있다"는 비판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댓글 다는 검사들 대부분이 평소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지 않는 검사들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금까지 이프로스에는 차장,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들의 글과 댓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이환우·최재만 검사의 글에는 10년 차 이하인 평검사들이 주로 댓글을 달았다. 평검사들이 추 장관의 인사권, 감찰권 행사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던 상태에서 동료 평검사의 실명까지 거론하자 봇물이 터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추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검사 개인을 지목해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왜 젊은 검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불이익을 생각하면서도 글을 올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한 데 대해 답한 것이다.

추 장관은 "현직 검사가 피해자로 관련된 사건에 검찰의 편파적·과잉수사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이런 나쁜 관행,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자정이 필요하지 않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검찰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과거 선배들이 그랬지 나는 무관하다는 자세가 아니라 같이 책임지겠다는 자세와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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