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히어로즈 '라포엠'…'성악 어벤져스'만의 소리 들려드립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05 10:25

업데이트 2020.11.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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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호 면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기다림이 길었다. JTBC 팬텀싱어 시즌3의 우승팀 ‘라포엠’이 드디어 특별한 콘서트를 연다. 통상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배출된 뮤지션들은 방송 종영 직후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며 팬들을 만나느라 분주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행사가 연기됐고, 팬들은 온라인 접속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아티스트라운지] 예술의전당 입성하는 '라포엠'

라포엠의 ‘러브포엠’ 콘서트(11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성악 어벤저스’의 내공을 다 쏟아내 팬들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무대다. 전원 성악가로 구성된 팀답게 1부는 오페라 아리아로 채운다. 게다가 팬텀싱어 프로듀서로 활약한 베이스 손혜수까지 가세해 더욱 충만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라포엠’의 4인방, 테너 유채훈(32)과 박기훈(26), 카운터테너 최성훈(31), 바리톤 정민성(29)은 똘똘 뭉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 정통 클래식을 보여드려요. 예술의전당은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학교 합창제 때 솔리스트 교수님들 뒤통수 보면서 부른 적은 있지만, 그 무대의 주인공으로 선다니 정말 떨리네요.(웃음)”(채훈) “예술의전당 바로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녔기에 매일 보면서 꿈을 키운 무대거든요. 그런 공간에 형제 같은 멤버들과 같이 선다는 의미가 큽니다.”(성훈)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박기훈, 정민성, 유채훈, 최성훈. 김현동 기자

각자 솔로는 뜻 깊은 곡으로 골랐겠죠.
기훈 예심 때 불렀던 투란도트 ‘네순도르마’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노래죠. 성악하면서 처음 접한 노래기도 해요. 테너라면 파바로티 노래부터 듣는데, 1990년 로마 월드컵에서 ‘쓰리 테너’가 이 노래 부르는 영상을 처음 봤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부르던 꿈의 아리아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죠.
성훈 저도 예심 때 부른 오페라 ‘로델린다’의 아리아를 부릅니다. 유학 중에 많은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곡이거든요.
민성 저는 오페라 ‘죽은 도시’의 아리아를 골랐는데, 콩쿠르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안겨준 노래예요.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는 제가 첫 주자라 흥을 돋우려고 선곡했고요. 객석에 꽃도 좀 뿌릴까 싶어요.(웃음)
채훈 고등학교 때 처음 본 오페라가 ‘사랑의 묘약’이었고, ‘우나 푸르티바’는 대학 입시곡으로 불렀던 제일 좋아하는 아리아죠. 사실 오랜만에 불러서 떨려요. ‘일몬도’는 팬텀에서 신고식을 치뤘던 곡이니, 제 노래인생 전·후반기를 대표하는 두 곡을 다 들려드리게 됐네요.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김현동 기자

“클래식 포기 아닌 새로운 차원 디벨롭”

‘팬텀싱어’는 시즌1 때만 해도 클래식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대중매체로 가면 클래식 무대로 돌아오지 않으니 성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공급과잉 상태의 성악 전공자들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고, 라포엠 멤버들도 모든 걸 뒤로 하고 도전했다.

“시즌 1부터 나가고 싶었는데 타의에 의해 못나갔었죠. 시즌1 우승팀의 (김)현수 형과 전부터 같이 행사 다니고 공연을 만들었거든요. 이번에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큰 힘이 됐어요.”(채훈) “스위스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 올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팬텀’ 소식에 다 정리하고 돌아왔어요. 그렇다고 뭔가를 포기한 건 아니에요.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했던 걸 새로운 환경에 맞춰 디벨롭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성훈) “정말 들어가기 힘든 독일 대학원 입학을 포기할 때 심리적 압박감이 있긴 했어요. 주변 선배, 선생님들이 걱정하셨죠. 그래서 8개월간 미친 듯이 아무것도 안돌아보고 매달렸어요. 이거 아니면 죽으니까요.”(민성) “노래만큼은 항상 꿈이 컸거든요. 어떤 도전이든 계속 도전하고 싶었어요. 첫 심사 때 프로듀서 지용씨가 ‘음악이 있어서 삶의 의미를 찾은 것처럼 노래해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정말 저한테 음악은 그런 것이거든요. 노래만 듣고 알아주셔서 감사했어요.”(기훈)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김현동 기자

크로스오버팀이 많이 생겼지만, 성악가들만의 무기는 또 다르겠죠.
기훈 아무리 좋은 녹음기가 있어도 자기 소리는 절대 못 듣거든요. 선생님과 동료들이 들어주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죠. 우린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멤버들이라 진짜 좋아요.
민성 손혜수 선생님이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성악만 했는데 크로스오버 같다’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엄청난 칭찬이더라구요. 제 소리 그대로 크로스오버와 잘 묻어난다는 얘기라, 제 발성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훈 저의 무기는 저만의 소리라고 생각해요. 성악과 대중 창법의 경계에 있는 게 제 소리죠. 방송엔 안 나왔지만 처음 시작할 때 ‘팬텀싱어가 뭘까’라고 묻더군요. ‘팬텀싱어는 유채훈이다’라고 했죠.(웃음) 제 스스로가 팬텀싱어에 적합한 사람인 것 같아요.
성훈 저는 소통이 무기라 생각해요. 각자의 장점은 누구에게나 있고 자기만족도 중요하지만, 음악은 누군가 들어줘야 하죠. 뭘 했을 때 팬들이 좋아하시는지 연구하는 모습이 나와 우리 팀의 무기인 것 같아요.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유채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유채훈. 김현동 기자

남성4중창에 특히 힐링된다는 분들이 많은데, 화성학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채훈 일단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의 매력이죠. 좋은 노래는 정말 많지만 ‘팬텀’에는 소리공부를 10년 이상 한 프로들이 나와서 합을 맞출 때 퀄리티에서 오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한 화음이라도 기본기가 탄탄한 소리들이 쌓아지니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이 드는 거죠. 실제로 콘서트를 가면 ‘음압에 샤워한다’는 말을 하는데, 사운드를 피부로 느끼는 경험들은 팬텀의 성악가만이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성훈 여럿이 부르며 같은 감정이 일치했을 때 느껴지는 부분도 굉장히 크거든요. 화음을 넘어 감정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그 전달력에서 오는 희열이 있지 않나 싶어요.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최성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최성훈. 김현동 기자

“팬텀싱어의 매력은 소리 자체의 감동”

유튜브 QR코드

유튜브 QR코드

정말 그랬다. 유튜브 촬영을 위해 잠시 합을 맞춘 노래 한 소절의 울림은 구경꾼의 피부를 감전시키고 천장을 뚫을 듯했다. 노래뿐 아니라 인간적인 호흡도 하나였다. 매력덩어리 리더 유채훈을 중심으로 서로 세워주며, 함께 앞만 보고 직진하면 된다는 믿음도 단단했다. 방송 당시 많은 싱어들이 팀이 되려 줄을 섰던 유채훈의 인기 비결을 물으니 “저도 모르겠어요~”라며 수줍어 한다.

“형은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보컬 능력도 탁월하지만, 항상 배려해 주거든요. 누구나 같이 하고 싶었을 거예요.”(기훈) “모든 출연자들이 다 실력은 뛰어나죠. 하지만 채훈 형은 어떤 조합으로든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포용력을 보여줬다는 게 달라요.”(성훈) “너무 잘 하니까요. 형 연습하는 걸 구경하다가 제 연습을 잊을 정도였어요.”(민성) “친형제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동생들이 잘 따라줘서 그래요. 오히려 민성이가 ‘만인의 원픽’이었는데 모르셨죠. 이번에 민성이와 듀엣으로 ‘러브포엠’을 부르는데, 저희 듀엣 데뷔인 셈이니 기대해 주세요.”(채훈)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정민성.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정민성. 김현동 기자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도 팀웍을 강조한다. “같이 다니는 게 너무 좋아서 팀활동만 하고 싶다”(민성)는 것이다. “같이 뭔가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넷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거든요. 라포엠 속에 있는 제가 안정감이 있고, 그만큼 멤버들에게 의지하고 있죠.”(성훈) “라포엠으로서 활동 꾸준히 하는 게 꿈이예요. 코로나가 없어지면 연주 많이 하고 팬들도 많이 만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지금처럼 형들과 행복하게 해야죠.”(기훈) “개인적인 욕심은 없어요. 무슨 야망을 갖고 나온 게 아니라 좋은 동료들 만나서 중창팀을 하고 싶었던 거라서요. 오히려 멤버들 독창회나, 개인 활동을 제가 기획해주고 싶어요. 저는 사회 보고, 제가 듣고 싶은 노래 다 시키는 거죠.(웃음)”(채훈)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박기훈. 김현동 기자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의 박기훈. 김현동 기자

올해 안으로 앨범을 낼 계획으로 녹음중이지만 자세한 얘기는 비켜갔다. “완전히 새로운 곡들”(민성)로 “성악 어벤저스 타이틀에 걸맞는 앨범”(채훈)을 만들고 있다고만 했다. 사실 라포엠을 3기 팬텀싱어로 만들어준 것은 팬덤이다. 문자 투표로만 결정되는 결승 2라운드에서 대역전극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 팬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부탁했다. BTS가 ‘러브 유어셀프’라는 메시지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결승 1라운드에서 3위를 하니 팬분들이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때 제가 ‘돈 워리’라고 했었는데, 그 말에 전투력과 자신감이 느껴져 힘을 많이 얻었다고들 하시거든요. 라포엠의 메시지는 ‘돈 워리’로 하겠습니다.”(채훈)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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