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주 웃고 친환경주 울었다…트럼프 재선시 국내 증시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미국의 개표 상황이 전해지며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 희비가 갈렸다.

지난 1일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01포인트(0.6%) 오른 2357.32에 장을 마쳤다. 오전 중 강원도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가 내려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때 지수는 2339까지 떨어졌지만, 트럼프의 선전소식에 관련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당초 시장은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고 상원도 민주당이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를 예상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도 산업재·헬스케어 등 ‘바이든 수혜주’로 알려진 종목들이 올랐다. 하지만 플로리다 등 접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바이든 수혜주’ 울고 ‘트럼프 수혜주’ 웃고…함께 출렁인 증시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두 번째 대선 토론회 당시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두 번째 대선 토론회 당시 모습. EPA=연합뉴스

이날 태양광·풍력에너지·수소차 관련 업종들은 큰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OCI(-8.29%) 신성이엔지(-8.58%) 한화솔루션(-8.86%) 등이, 코스닥에선 오성첨단소재(-22.09%)·에스에너지(-7.97%)·태웅(-9.93%)·유니슨(-8.9%) 등이 낙폭이 컸다. 바이든 후보는 4년간 청정 에너지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의 당선 기대감에 함께 부풀었던 종목들이 쪼그라든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증시에 대해 “장중 트럼프 후보의 예상 밖 우세에 나스닥 시간외선물 급등하며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트럼프 수혜 업종인 서비스업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인터넷·반도체 업종은 이날 수혜를 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네이버(+5.48%)·카카오(+6.84%)·엔씨소프트(+7.03%) 등이 많이 올랐다. IT와 전통적 에너지 업종이 트럼프 수혜주로 알려져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집권 시 빅테크 기업들이 불리해질 수 있었는데, 트럼프 재선시 이런 부분이 희석돼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당선, 국내 증시에 단기 호재…미·중 갈등이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보다 시장에 더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에 덜 공격적이고 낮은 법인세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작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이 궁극적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문제에 대해 관대하기 때문에 시장에 우호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재정부채를 해소해야 하므로 적절한 금리와 세금 인상은 필수적일 것”이라면서 “중국에 대해 기존처럼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단기로는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도 좋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 재정 적자가 지속할 가능성은 커서 달러 약세 기조는 나타나겠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외교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2018·2019년에도 경험했듯이 시장에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