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인데 욕하면서 본다"···'펜트하우스' 또 최고시청률 왜

중앙일보

입력 2020.11.04 11:50

업데이트 2020.11.04 14:27

SBS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사진 SBS]

“막장이고 말 안 되는데 보게 되는 건 진짜. 휴…ㅋㅋ”
“욕하면서 보기 딱 좋아요.”
“내일이 궁금한 내가 혐오스럽다.”

"상류층의 입시 꼼수 등 국민적 공분도 영향"
'황후의 품격' 만든 작가-PD, 최다 법정제재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청자들이 네이버 게시판에 남긴 후기 중 일부다.
‘막장 드라마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펜트하우스’가 거침없는 시청률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9.2%의 시청률로 시작한 ‘펜트하우스’는 10.1%(2회)-11.4%(3회)-13.9%(4회)로 연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월ㆍ화뿐 아니라 수ㆍ목, 금ㆍ토 등에 방영되는 주요 드라마들이 5~6%를 넘지 못하는 상황을 참작하면 단연 두드러진 성적이다.

‘펜트하우스’는 100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를 무대로 자극적 흥행요소를 충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요리했다. 당초 상류층 부부의 일탈이나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설정 등이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를 적절히 섞었다는 평이 나왔지만 이후 전개는 전혀 달랐다.

드라마 설정 역시 출생의 비밀, 가정폭력, 복수, 불륜, 선과 악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캐릭터 등 기존 막장드라마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강도는 이전 막장극을 압도한다.

SBS 제공=연합뉴스

SBS 제공=연합뉴스

중학생들이 또래를 납치해 차에 가둔 뒤 린치를 가한다든가, 여주인공 오윤희(유진)가 예고 예비합격 1순위인 딸을 위해 수석합격자를 숯불로 살해하려고 시도한다든지 등 수위 높은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3회에서 주단태(엄기준)가 무장괴한을 데리고 나타나 심수련(이지아)의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이고 결혼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을 칼로 잘라낸데 이어 심수련이 현재의 남편 주단태가 보관한 전 남편의 잘린 손가락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자 “메스껍다” “지상파 드라마 맞냐” 등 혼란스러운 반응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이유는 뭘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권선징악적 단순한 구도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삶의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해줄 수 있는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의 스토리 흐름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펜트하우스’에서 주요 갈등의 불씨가 교육이라는 점도 반향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상류층이 입시에서 온갖 편법과 꼼수를 자행하는 일탈을 저지른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공분이 크지 않았나. ‘펜트하우스’에서도 이를 비꼬아 보여주기 때문에 약자의 복수가 집요할수록 대중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환호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순옥 작가는 원래 자극적 요소를 치밀하지 않은 구성에 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로 시청자를 만족하게 하는 대본을 선보여왔다”며 “‘넷플릭스’의 진출로 대중의 눈높이가 올라갔기 때문에 전보다는 밀도 있는 캐릭터와 치밀한 전개를 내보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오히려 막장의 강도를 더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어지간해서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는 드라마 환경을 의식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펜트하우스’의 막장 전개는 방송가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는 2018~2019년 방영된 ‘황후의 품격’(SBS)에서도 손발을 맞췄다. 당시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임산부 성폭행, 시멘트 생매장 등의 자극적 묘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등 4차례나 법정 제재를 받았다. 2018년 초 4기 방심위가 구성된 이래 단일 프로그램으로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정 제재를 받은 것이다. 법정 제재를 받은 다른 드라마의 경우엔 대부분 ‘간접광고’가 지적됐지만 ‘황후의 품격’은 생명존중, 폭력묘사, 등급분류기준, 인권 보호 등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폐지 요구 등 논란도 많았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펜트하우스’ 역시 방영 2회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열을 부탁드린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초반부터 논란이 만만치 않다. 청원인은 “아무리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모방 범죄’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불륜과 집단폭행, 합격조작 정당성까지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방송심의위원회의 검열과 19세 인증을 통한 시청을 도입해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드라마 폐지”의 요구도 나온다.

SBS 측도 시청 등급의 조정 필요성은 인정한 상태다. SBS는 ‘펜트하우스’의 4회를 15세 이상에서 19세 이상 시청가로 바꿔 편성했다. SBS는 내부 심의를 통해 매회 시청 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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