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지도자들 건강상태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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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인 '사막의 폭풍'작전 직후 역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9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여 1년 앞으로 다가온 재선의 승리는 떼어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1992년 당시로선 풋내기나 다름없던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에게 참패했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잇따른 내정 실패와 경제 침체였다. 하지만 전기 작가 웹스터 타플리는 그의 지병인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갑상선호르몬은 인체를 난로에 비유할 때 부채나 풀무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신진대사가 항진되므로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고 더위를 못참으며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성을 잃고 벌컥 화를 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아예 의식을 잃기도 했다. 국빈으로 일본 방문시 만찬 석상에서 부시가 쓰러지는 장면은 TV를 통해 전세계에 중계됐다.

그러나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은 강인한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80㎏이 넘는 덤벨을 거뜬히 들고 얼마전 대국민 건강캠페인을 위해 가진 달리기 시합에선 5㎞를 20분 만에 완주하는 실력을 과시했다.그는 소문난 달리기 광이기도 하다.

무장괴한이 백악관 뜰에서 총을 쏘던 날 아침에도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했으며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달리기를 빼놓지 않는다.

부시 부자의 사례에서 기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의 건강은 정책이나 이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연말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건강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건강, 혹은 대통령 후보들의 건강은 소상하게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최근 결장에 작은 양성종양이 생겨 내시경 수술을 받는 2시간 동안 대권을 이양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해엔 프레첼이란 과자를 먹다 졸도한 사실까지 공개됐다. 사실 2시간이면 숨길 수도 있는 짧은 시간이다

. 그러나 만인의 운명을 책임진 국가원수에겐 2시간의 공백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수시로 보여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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