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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누가 승리해도 호재? 2000년 불복선언땐 코스피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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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대선 D-1.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자체로 큰 이슈지만, 이번엔 특히 주식시장의 관심이 크다. 8월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 발목을 잡아 왔던 5차 재정부양책 합의를 기다리고 있고,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 구성이 달라져 정책 모멘텀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 중 어느 한쪽이 더 세어볼 필요 없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않는 이상,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우편투표가 많아 집계에 시일이 걸리는 데다, 격차가 크지 않을수록 탈락한 쪽의 불복 가능성이 커진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선이 2016년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은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라며“투표 자체의 결과보다 선거 이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2000년 美 대선 땐 코스피 9%↓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고어 후보가 불복 선언을 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바 있다. 재검표에 들어가자 코스피는 대선 당일 대비 9%까지 하락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를 현재 코스피(지난달 말)에 적용하면 2063포인트로, 3월 저점 대비 상승분을 38.2% 되돌리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2000년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국내 증시는 대체로 미국 대선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약세를 보이다가 대선 이후 반등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을 제외하곤 미국 대선 이후 집권 1년 차까지 지수 하락 확률은 지극히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원 투표 결과도 관심

이번 선거에는 의회 상·하원 투표도 있다. 시장에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고 상·하원도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이 경우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재정지출이 늘어날 거로 기대된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태양광·풍력발전, 중국 기술주, 남북경협주 등에 대한 순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부양책 합의 가능성 측면에선 대통령과 의회의 구성이 같이 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연구원은 “교차 승리가 이뤄지는 경우는 향후 미국의 재정 정책 수립과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하원은 민주당 우위 속에 상원을 공화당이 수성한다면 트럼프 재선 시 예상대로 부양책이 통과될 것이고 바이든 당선 시 부양책 합의 시기와 규모 등에서 마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우리 증시는 잠시 주춤했다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 이후 반등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관측이다. 자료는 유진투자증권 2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우리 증시는 잠시 주춤했다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 이후 반등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관측이다. 자료는 유진투자증권 2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문제는 코로나19…대선효과 제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팬더믹 이후 최대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4분기 미국 경기회복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대선 개표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미국 경제는 더블딥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누가 당선되든 부분적 봉쇄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프랑스·독일·영국에선 이미 2차 봉쇄가 시작됐다. 미국까지 봉쇄에 들어간다면 우리 수출기업엔 악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만 해도 미국 대선은 누가 승리하나 (우리 증시에) 호재였지만, 이번엔 다르다”면서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완화돼도 그 하나만 사라질 뿐이고 2016년과 달리 금리나 주가가 상승 기대감을 바탕으로 높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성 불가피하지만…“영향 크진 않아”

미국 대선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은 다음 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한국 증시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매물 출회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우편 투표를 둘러싼 이슈가 부각된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한달 동안의 불확실성은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회복 둔화 등 변화 요인까지 고려해 코스피는 2150에서 2350까지 출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 전후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미국 대선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경우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민주당 정권에서 수익률이 좋은데, 한국 증시는 공화당 정권에서 좋았다”면서 “단순히 정당에 따른 수익률 차별화 기대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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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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