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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항공업 1조 모금' 국토부 계획에 기재부 "특혜 우려" 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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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여파로 항공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여객기들이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거 주기돼 있다. [뉴스1]

코로나 19 여파로 항공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여객기들이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거 주기돼 있다. [뉴스1]

 항공업계의 위기상황 대응과 비행기 리스 때 공적보증 등을 위해 항공사와 공항으로부터 1조원을 모아 조합을 만들겠다는 국토교통부 계획에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항공사가 아닌 공항이 돈을 내는 건 조합취지에 맞지 않고, 특혜 논란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 7000억,공항과 정부 1500억씩 #위기상황 자금대출, 리스 때 공적보증 #기재부 "조합은 항공사 돈으로만 운영" #국토부 "공항 빠지면 설립 자체 어려워"

 1일 국토부와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항공산업발전조합 관련 검토의견'에 따르면 기재부는 ▶조합취지 위배 ▶특혜 논란 ▶공운법 취지 형해화 ▶재무건전성 악화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국토부의 조합설립 계획에 이의를 제기했다.

 항공산업발전조합은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모두 1조원을 모아 설립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같은 위기상황에는 항공사에 긴급자금대출을 해주게 된다.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관련 기재부 의견〉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관련 기재부 의견〉

 평상시엔 항공사가 비행기를 리스할 때 공적보증을 제공해 이자 부담을 낮춰주며, 지상조업과 항공부품 업체 등에 대한 지원도 할 계획이다.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15%가 비행기 리스를 위한 조달·이자 비용이란 게 국토부 설명이다. 공적보증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항공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1조원 중 7000억원은 국내 10개 항공사가 갹출하고, 나머지 3000억원은 양 공항공사에서 1500억원, 정부가 1500억을 각각 출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가급적 가까운 시일에, 항공사는 형편이 되는대로 수년에 걸쳐 분담액을 나눠서 내도록 할 방침이다.

 그런데 돈줄을 쥐고 있는 데다 공기업 운영 평가권을 가진 기재부가 제동을 걸면서 비상이 걸렸다. 기재부는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을 위한 '항공사업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항공사 지원을 위한 조합은 수혜자인 항공사 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양 공항공사의 출자금으로 항공사를 지원하는 건 조합설립 취지에 안 맞는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또 "코로나 19 여파로 항공사 출자가 단시일 내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조합이 공항공사의 출자금으로만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기재부가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국토부에 비상이 걸렸다. [뉴시스]

기재부가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국토부에 비상이 걸렸다. [뉴시스]

 기재부는 이처럼 조합이 공항이 낸 돈으로만 운영될 경우 항공사 10개 중 5개를 차지하는 특정 그룹계열사에 혜택이 편중돼 특혜논란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다.

 또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법상 공사의 출연·출자 여부는 주무부처 및 기재부와 협의해 결정할 사항인데 특정 기관의 출자를 개별법률에 규정하는 건 공운법 취지를 사실상 훼손하는 거란 의견도 냈다.

 그러면서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게 될 인천공항과 한국공항공사가 대규모 출자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올해 4300억원, 한국공항공사는 1400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기재부는 조합을 설립·운영하려면 공항이 아닌 항공사 자금으로만 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항공사가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항을 제외하게 되면 사실상 조합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텅빈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뉴스1]

코로나 19의 여파로 텅빈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뉴스1]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공항도 전체 항공산업의 당사자 중 하나이므로 조합에 참여해야 한다"며 "공항이 출자한 돈을 마중물 삼아 조합을 설립·운영하면서 항공사들이 형편에 따라 출자금을 나눠서 내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코로나 19 사태만 봐도 항공산업은 별다른 비상대응체계가 없어 위기 때 상당히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 설립은 꼭 필요하다"며 "최대한 기재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들도 조합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대표는 "항공사가 위기에 빠져도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금융지원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며 "이럴 때 조합에서 지원해주고, 또 항공기 리스 때 공적보증으로 부담을 줄여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항공산업발전조합의 성패는 국토부가 기재부의 동의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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