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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복어

중앙일보

입력

'하돈'(河豚). 중국에서는 복어를 이렇게 부른다. 산란기의 복어가 놀라면 배가 돼지처럼 볼록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일본.중국에서 예부터 즐겨온 복어는 전세계적으로 종류가 2천여종(우리 근해에는 30여종)에 달한다. 해수는 물론 담수에서도 서식한다. 크기는 작은 것은 30㎝, 큰 것은 3m나 된다.

영양적 가치가 뛰어난 어류로 평가된다. 단백질 함량이 20%나 된다. 혈중(血中)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시력을 회복시키며 빈혈에 효과적인 타우린도 포함돼 있다(경원대 식품생물공학과 장학길 교수).

지방 함량은 1%가 채 안돼 맛이 단백하다. 이 지방의 20%는 EPA.DHA 등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이 둘은 동맥경화 예방, 뇌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량은 1백g당 85~90㎉에 그친다. 고등어.소고기.돼지고기의 절반 이하다.'바다의 육류'라고 불릴 만큼 육질이 쫄깃하고 질긴 것도 복어의 특징. 그래서 복어회는 다른 횟감보다 훨씬 얇게 뜬다. 두꺼우면 씹기 어렵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

장미의 가시처럼 복어는 독(테트로도톡신)을 품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선 절세미인 서시의 젖가슴(西施乳)에 비유했다.

복어의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3배나 강하지만 복어의 인기를 낮추진 못했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복요리를 먹은 후 "그 맛, 죽음과도 바꿀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

요즘도 일부 미식가들은 독성이 강할수록 복어 맛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독성이 강한 자연산 복어는 외부 위협.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양식 복어보다 맛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복어독은 무색.무미.무취다. 참복.은복(밀복).까치복.황복은 무독(無毒), 복섬.매리복.국매리복.흰점복 등은 유독(有毒)한 복어로 분류된다. 물론 무독하다고 해도 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사람을 숨지게 할 만큼은 아니라는 뜻이다.

동의보감에는 "복어는 독이 많으나 허(虛)한 것을 보(補)하고 습(濕)을 없앤다"고 기술돼 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습을 없앤다는 것은 허리(디스크).다리가 아플 때 먹으면 효험을 얻게 된다는 의미"라며 "여름철에 먹으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간.알에 독이 많으므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며 "미나리와 같이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고 쓰여 있다.

복어의 계절은 원래 11~2월이다. 이때가 맛이 가장 좋다. 그러나 요즘은 냉동처리 덕분에 사계절 그 맛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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