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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보도, 대북정책에 치우쳐…한국 경제 영향 짚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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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위원회 10월 회의가 27일 열렸다.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들은 한 달간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들을 꼼꼼히 읽고 분석했다. 이들은 회의 내내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열띤 토론이 벌어진 이날의 생생한 워딩을 소개한다.

지난 27일 열린 10월 독자위원회. 왼쪽 나동현(대도서관) 위원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유진, 금태섭, 양인집 위원,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 강호인, 김동조, 민영, 우정엽 위원. 김소연, 김은미, 전병율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 27일 열린 10월 독자위원회. 왼쪽 나동현(대도서관) 위원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유진, 금태섭, 양인집 위원,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 강호인, 김동조, 민영, 우정엽 위원. 김소연, 김은미, 전병율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김성룡 기자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
‘35년 동지가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대통령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일하는 사람에겐 세금 많이 걷고
노는 사람엔 돈 푸는 정책 비판을

금태섭 변호사
국정감사 등 의원 평가할 때
전문가 통한 합당한 기준 마련을 

▶민영 고려대 교수=코로나19가 바꾼 세계 석학 인터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제레미 리프킨 등을 인터뷰 해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기사였다. 다만 질문이 너무 일반적이고 입체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어떤 질문은 다른 매체나 기존 저서에 있던 내용을 다시 묻는 정도에 그쳤다.

▶김소연 뉴닉 대표=저도 석학 인터뷰를 재밌게 봤다. 그러나 기획 취지에 비해 분량과 깊이에서 모두 아쉬웠다. 한두 문장으로는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같은 질문의 충분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 화자의 인사이트가 잘 담길 수 있도록 분량과 구성 등에서 좀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창간기획 ‘큰 물음표’는 매우 재밌는 시도였다. 단순히 ‘Yes, No’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고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사는 정답을 정해 놓고 질문을 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여야 정치인을 인터뷰이로 섭외해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냐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16일자 2면 ‘한국인 절반 이상 강제징용, 자산 현금화’ 기사는 한일 간 상호 인식조사 결과를 다뤘는데, 해석이 재밌었다. 한일 양국민이 서로 싫어하고 있지만, 상대국의 중요성을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더욱 깊게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몇 년간 반일 감정이 심해졌지만, 반대로 이런 상황이 해결되길 바라는 한국인도 많다는 것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잘 보여줬다.

▶김우식 KAIST 이사장=26일자 30면 ‘인구 감소의 원년,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는 절실한 인구절벽 문제를 잘 다뤘다. 바로 옆의 ‘35년 동지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도 의미 있게 읽었다. 특히 이 칼럼은 대통령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느꼈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14일자 14면 ‘코로나19 빅데이터 분석, 수퍼전파자 1%가 n차 감염자 59%에 영향’ 기사는 10개월간의 감염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확산의 결정적 원인이 집단감염(60.3%)임을 규명하고 수퍼전파자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정밀 타격 위주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잘 짚었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한·일 상호 인식 조사한 기사
한·일 감정 이해하는데 도움돼

김소연 뉴닉 대표
정은경 독감백신 안 맞았다는 기사
본류 아닌 개인 비하로 느껴져 거북

김은미 서울대 교수
‘감자빵 갑질, 비난 전 유의사항’
갑을 담론을 일상적 얘기로 잘 다뤄 

▶김소연=23일자 3면 ‘정은경 독감백신 맞았나 묻자 아직 접종 대상 아니라’ 기사는 질병관리청장을 무책임한 인물로 비추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여 거북하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여야 격돌을 다룬 기사였고, 제목이 포함된 내용은 기사의 마지막 두 문장에 불과했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저도 기사의 제목과 배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로 하단에 정은경 청장이 “같은 백신 맞은 사망자 발생 땐 접종중단”이란 말을 했고 실제로 2건이 나왔다는 기사도 있는데,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중대한 팩트를 제공하기보다 청장 개인의 이슈로 돌리는 느낌이 들었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8일자 1면 ‘조성길 부친은 조연준, 작년 9월부터 안 보여’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9일자 6면에서 정부 관계자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했을 뿐이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는데, 깨끗이 오보인 걸 인정하는 게 낫다고 본다. 특종을 좇다 보면 오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깨끗이 사과하는 게 중앙일보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임유진=15일자 5면 ‘법안 발의 4년간 2만 건 한국 국회, 건당 심사엔 고작 13분’ 기사는 정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기사였다. 법안 발의 수로만 평가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날카롭게 짚었다. 다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의원 평가 방식은 어떤 게 있을지 그 대안도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비슷한 맥락으로 국정감사 기간 보도자료 건수를 놓고 우수 의원을 표창하기도 한다. 질에 상관없이 양적인 것만 중시하는 모습이다. 몇몇 매체에선 기자들이 평가해 별점을 매기기도 하는데 의원들은 굉장히 신경 쓴다. 차라리 중앙일보에서 수감기관의 실무자나 전문가를 통해 합당한 기준을 갖고 평가한다면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대도서관)
신문·디지털 연계한 웹툰 연재 땐
젊은 독자층 신선하게 느낄듯

민영 고려대 교수
코로나가 바꾼 세계 석학 인터뷰
질문 입체적이지 못해 아쉽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
‘조성길 부친은 조연준’ 기사 오보
깨끗이 사과하는 게 신뢰 높이는 길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미국 대선 보도와 관련해 지나치게 두 후보의 대북 정책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의 돌출된 발언을 빼면, 두 후보의 대북 정책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산업과 통상 정책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에너지·금융 정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정책의 변화, 이것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효과 등을 상세히 비교하고 분석한 기사를 기대한다.

▶김우식=12일자 중앙경제 1면 ‘세계의 등대공장, 올해 10곳 추가…한국은 하나도 없다’ 기사는 과학기술인으로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 인터뷰가 함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모든 정책이 규제와 세금 징수로 일관된다. 보통 사람이 재산 증식을 하려면 열심히 일해서 부동산도 하고 주식도 해야 하는데, 지금 그걸 모두 막아 놨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 세금 많이 걷고, 노는 사람한테는 현금을 푼다. 여당이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는데, 언론이 더욱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중앙일보가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금태섭=김대중 대통령은 씨랜드 화재 때 바로 다음날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당선인 신분인데도 사흘 만에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보면 책임을 회피하고 대통령을 방어하려는 모습만 보인다. 이런 부분을 언론이 강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온라인 기사 배치 개선할 필요
관련기사는 모아 주는 게 친절

임유진 강원대 교수
‘법안 건당 심사엔 고작 13분’
개선하기 위한 대안도 담았으면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코로나 빅데이터 분석한 기사
수퍼전파자 역할 객관적 입증 

▶우정엽=어젠다 세팅은 전통언론으로서 중앙일보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어젠다 세팅은 기사의 내용 뿐 아니라 지면 구성과 디지털 배치도 중요하다. 온라인 기사의 경우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최근 고 이건희 회장 기사만 보더라도 관련 기사가 한 군데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다. 그의 업적이 나왔다가 갑자기 추미애 장관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일관성이 없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나동현 크리에이터=젊은이들이 새로운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화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과거 신문에는 재밌는 풍자만화들이 많았다. 저 또한 만화를 먼저 펼쳐보고 자연스럽게 신문을 읽었다. 지금 한국은 세계적인 웹툰 강국이다. 인터넷 소설 시장도 굉장히 커졌다. 지면과 디지털을 연계해 만화·웹툰을 중앙일보가 연재한다면 매우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민영=12일자 1면 ‘고소득층 SKY 신입생 문 정부서 확 늘었다’ 기사의 문제의식에 동감한다.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중요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는데 좀더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반면 중앙선데이 17·24일자 기획에선 수능 확대시 오히려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고, 그나마 내신을 반영하는 입시가 낫다고 썼다. 기사마다 다른 논조를 가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혼선을 빚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양인집=라임·옵티머스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 투자자 명단까지 입수해 보도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해당 사모펀드를 적격하다고 판정한 금융감독원에 있는데, 관련 기사가 별로 없다. 승인 기관으로서 어떤 책임이 있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리스크 관리 책임이 판매사에 있다면 어떤 법적 보완을 필요한지 등을 깊이 있게 보도했으면 한다.

▶김은미=15일자 ‘감자빵 갑질, 비난 전 유의사항’ 기사는 사회 이슈를 갑으로 나눠 모든 논쟁의 결론이 나버리는 병폐 현상을 구체적 사건을 통해 잘 짚었다. 창간기획에서 다룬 편 가르기 문제의식의 연장에서 한국사회의 담론을 일상적인 이야기로 잘 다뤘다.

정리=윤석만 사회에디터
도움=이소현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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