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 기필코 안정시킨댔는데…전셋값은 5년만에 최대상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셋값 안정’을 강조한 정부의 공언이 무색하게 아파트 전셋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5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던 지난주 상승률을 다시 넘어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랐다. 상승 폭은 2015년 4월 이후 최대다. 서울은 0.10% 상승해 전주(0.08%)보다 더 올랐다. 70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도 전주(0.21%)보다 상승 폭이 커져 0.23% 뛰었다.

서울에선 강남구(0.18%)와 송파구(0.19%), 서초구(0.16%) 등 학군 지역으로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도봉구(0.09%)는 전주보다 상승 폭이 0.03%포인트 커졌다. 성북구(0.11%)와 강북구(0.08%)도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각각 0.02%포인트 더 올랐다.

서울 전셋값 70주 연속 상승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 데는 규제 영향이 크다. 특히 지난 7월 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상정 3일 만에 시행된 뒤 전세물건이 확 줄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반전세)를 선호해서다.

표

전세물건은 귀한데 전세수요는 늘고 있다. 결혼이나 대학입학, 취직 등으로 인한 신규 전세수요가 꾸준한 데다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기다리며 집을 사지 않고 전세 시장에 머물러 있는 수요도 늘고 있다.

앞으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듯하다. 우선 신규 전세물량 공급이 줄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개 단지 296가구에 불과하다. 2018년 4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적다.

내년 입주물량은 더 줄어든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보다 44% 적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개 연말에는 입주물량이 몰리는데도 지난 5년 평균보다 물량이 30% 이상 적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 적어서 전세매물 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전셋값 안정’을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한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IM1006003830156

IM1006003830156

각종 규제에 입주물량도 줄어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전세난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한 전세물건이 시장에 풀리는 2년 뒤에는 월세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임대료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3년 뒤 입주할 새 아파트 공급도 가뭄이다. 집을 지을 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이 주요 공급 수단인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에 조합들이 분양을 미루고 있어서다.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9~10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2개 단지 1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11~12월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주택을 보유하는 비용이 늘면 결국 세입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된다”며 “이 상황에서 조세 지표인 공시가격까지 인상되면 전·월세 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