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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자녀 넘어 손자녀로…부의 부동산 쏠림도 계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자들의 증여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중 손자·녀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꼽은 비율은 2011년 9.2%에서 2020년 31.8%로 늘었다.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째 매년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가 2020 한국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들은 35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셔터스톡

KB금융지주가 2020 한국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들은 35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셔터스톡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0 한국 부자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7월 6일부터 5주 동안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의 부자, 10년 사이 2.2배 많아져…부동산이 자산의 절반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개인은 2019년 말 35만4000명으로, 2018년(32만3000명)보다 9.6% 늘었다. 10년 전인 2010년(16만명)의 2.2배 규모다.

한국 부자 수와 자산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부자 수와 자산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부자들의 자산을 종류별로 보면 부동산이 56.6%, 금융자산이 38.6%를 차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2016년)→52.5%(2017년)→53.3%(2018년)→53.7%(2019년) 등 매년 늘고 있다. 연구소는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세로 전환되면서 부자들의 보유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라고 했다.

부자들은 세운 부자의 기준은 얼마일까. 부자들이 가장 많이 응답한 기준은 자산 100억원이었다. 실제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전체 조사 대상 중 62.5%는 자신은 부자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부자들의 자산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자들의 자산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의 원천, 부동산에서 사업수익으로…100억 이상 부자는 증여 비율 커져  

부를 쌓는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사업수익(37.5%)과 부동산투자(25.5%) 순이었다. 10년 전인 2011년 조사 때는 부동산 수익(45.8%)을 부의 원천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증여를 꼽은 비율은 2011년 13.7%에서 올해 19%로 늘었다. 특히 자산규모가 50억원이 넘는 부자 중 증여를 꼽은 비율은 10년 새 10.5%에서 23.7%로 늘었다. 부동산 및 금융투자, 사업수익을 꼽은 비율은 모두 줄었다.

부의 대물림이 자녀를 넘어 손자·녀로 향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자산을 물려줄 대상으로 여전히 자녀(93.9%)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손자·녀를 꼽은 비율이 31.8%로 2011년(9.2%)에 비해 22.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50억원 이상 자산가의 경우 손자·녀를 꼽은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소는 “자산이 많을수록 이를 한 사람에 몰아주기보다는 여러 명에게 분산해서 넘겨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망 금융상품 투자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망 금융상품 투자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저금리에 공격적으로…자산 클수록 ‘슈퍼 서학개미’  

저금리의 지속 등으로 부자들의 투자성향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2011년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안전지향형은 20.2%포인트(67→46.8%) 줄었고, 적극지향형은 13.5%포인트(8.8→22.3%)늘었다. 보고서는 “자산이 많을수록 더 크게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은 장기적인 유망한 금융 투자처로 주식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조사 때는 부동산 자산(61.6%)을 유망 투자처로 가장 많이 뽑았지만, 올해에는 부동산 자산이 조사에서 아예 제외됐다. KB금융 측은 “조사시점 중 부동산 관련 정책이 잇따라 발표돼 설문 응답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자산 30억 이상 부자들의 주식 투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산 30억 이상 부자들의 주식 투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렇다면 부자들은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투자 규모만 보면 금융자산 100억원 넘는 부자들은 평균 21억6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자산 50억원 미만 부자는 평균 5억원, 자산 50억~100억원 부자는 평균 10억원이 주식 투자 규모다. 자산이 많을수록 해외주식은 물론 코넥스(초기 중소기업 시장) 등 다양한 곳에 투자했다. 자산 규모 30억원 미만일 때는 해외주식과 코넥스에 투자하는 비율이 각각 13.9%, 7.5%였는데, 자산이 30억원이 넘어가면 이 비율이 34.8%, 20.3%로 올라갔다.

코로나19로 부자들 30.5%가 소득 감소  

부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피할 수 없었다. 부자의 30.5%가 소득 감소를 겪었는데, 이들은 소득의 21%가 줄었다고 답했다. 근로, 사업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임대소득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자산규모 하락을 경험한 부자들도 27.5%였다. 이들은 평균 14.2%의 손해를 봤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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