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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식판에 온라인 보고 체조…코로나가 바꾼 경로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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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경로당 밥상 문화 바꿔야죠. 개인 식판 사용, 설거지는 각자, 식기는 적외선 소독기에…. 코로나19 시대 경로당도 이젠 변화가 필요합니다.”

식기는 각자 설거지 후 적외선 소독 #집기·물품 점포 대신 온라인 구매 #서울 중구, 랜선 경로당 개설도

충북 단양군 상1리 마을 노인들이 최근 경로당에 들여놓은 식탁에서 회의하는 모습. [사진 상1리 마을 노인회]

충북 단양군 상1리 마을 노인들이 최근 경로당에 들여놓은 식탁에서 회의하는 모습. [사진 상1리 마을 노인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상1리 마을 김창남(75) 노인회장이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95가구 149명의 주민이 사는 상1리 마을 경로당엔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경로당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1인용 식판 30개와 물컵 50개, 적외선 소독기 등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또 둥근 교자상 대신 6인용 식탁 6개가 새로 들어왔다.

김 회장은 “기존에는 한 상에서 5~6명이 음식을 같이 먹었는데 코로나19 시대 밥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개선하게 됐다”며 “1인용 식판에 먹을 만큼 음식을 담고 식사 후엔 새로 설치한 대형 싱크대에서 각자 설거지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마을 노인들은 경로당 물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일도 비대면 방식으로 했다. 오태동(70) 노인회 총무가 식탁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가격을 비교한 뒤 적당한 가격의 식탁을 주문했다. 예산은 충북도와 단양군에서 지원받은 행복마을 가꾸기 사업비로 충당했다.

오 총무는 “이제 경로당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아직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위생은 물론 버려지는 음식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국의 많은 경로당이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온라인 경로당 라이브톡 운동교실. [사진 중구청]

서울 중구의 온라인 경로당 라이브톡 운동교실. [사진 중구청]

코로나19 시대 노인들이 생활하는 경로당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서울 중구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단절된 노인들 위해 온라인 경로당 ‘구구팔팔 건강백세’를 만들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형태로 운영되는 이 경로당은 김복례(59·여)씨 등 4명의 ‘주민 건강지도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김씨 등이 영상장비를 앞에 두고 스트레칭 동작을 선보이면 단체대화방에 접속한 노인들이 이를 따라 하는 방식이다. 지난 22일엔 약수동 주민센터 3층 체력단련실에서 라이브 수업을 했는데 15명의 노인이 접속해 운동을 함께 했다. 일부 노인들은 자신이 다니는 경로당에 모여 함께 운동하기도 했다. 온라인 경로당은 현재 매주 화·목 오후 2시에 30분간 진행된다.

온라인 경로당 프로그램에 매주 참여하는 이모(76·여)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움직일 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친구들 소식을 듣고 운동도 함께해 좋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일 시작한 온라인 경로당은 현재까지 22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아직 실시간 방송을 어렵게 느끼는 노인이 많아 참여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건강지도자들이 스마트폰 이용이 서툰 노인을 대상으로 직접 사용법을 알려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쌍방향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온라인 경로당을 개설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비대면 환경에서 구와 주민, 주민과 주민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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