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도시의 일상을 바꿔놨다. 시민의 행동반경이 달라지고 새로운 도시 취약계층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사회 혁신이 앞당겨지고 세계에 K-방역을 알렸지만 한편에선 양극화가 심해지고 통제가 과하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인터뷰 #대도시, 감염병 시대에 취약 #3도심 7광역 체제 더 나누고 #자족성·주거 근접 SOC 강화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또 다른 감염병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일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뉴노멀 시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도시의 기능에 천착하고 있는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을 21일 서울 중구 한 세미나실에서 만났다.
- 감염병 확산으로 도시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나.
- “서울연구원이 지난 9월 서울시민 8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일·생활을 비대면으로 전면 전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60%, 보통 수준 전환이 24%였다. 코로나19 사태 전 그대로 살고 있다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의 90%가량이 비대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률은 95%, 기침예절 준수율은 70%가 넘어 감염병 위험을 크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코로나19가 끝이 아니라면 도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 “일·공부·여가 모두 ‘집’에서 하게 되면서 집의 면적, 공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최소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고시원·쪽방·비닐하우스, 공공임대주택 중 너무 협소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기준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또 거주지 주변에 공원·문화공간 등을 공공이 제공해야 한다.”
- 서울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 “서울시는 이미 1도심 5부도심에서 3도심 7광역으로 도시구조를 바꿨지만 더 쪼개야 한다. 생활권에서 자족성 확보, 직장·주거 근접으로 전환이 핵심이다. 가령 걸어서 10분 안에 공원·도서관 등에 갈 수 있게 생활SOC(사회간접자본)를 확보해야 한다. 자전거·퍼스널 모빌리티 대중화로 10분 동안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면서 공간 제한의 한계도 벗어나게 됐다. 파리·멜버른 등 세계 여러 도시가 ‘작은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 하지만 집 구하기가 어렵다.
- “공공이 나서 집의 역할을 나눠줄 수 있다. 주거지 가까운 곳에 저렴한 공유오피스를 공급하거나 공공시설을 개방해 아이들 교육 장소로 쓰는 방식 등이다.”
- 앞으로 도시가 신경써야 할 취약계층은 어디인가.
- “기존에는 노인·장애인·저소득층 등에 머물렀지만 이제 임시직·일용직·파견직 같은 불안정한 노동자,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까지 포용해야 한다. 고용 중심에서 소득 중심의 사회보험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
- 방역 위한 통제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 “일상생활 셧다운을 최소화하면서 감염 확산을 제어했다.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본다. 잠시멈춤 캠페인, 드라이브·워킹 스루 진단검사 등 세계 방역모델을 선도했고 서울이 테스트 베드였다. K-방역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배경에는 시민의 동의와 참여, 성숙한 민주주의와 책임감이 있었다.”
지난 28년 동안 서울시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서울연구원은 올해 초 포스트코로나연구센터를 구성하고 뉴노멀시대 서울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27일에는 온라인 중계를 중심으로 한 ‘감염병 시대, 도시의 운명과 서울의 미래’ 세미나를 열어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