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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된 '구충제 암치료', 노정희 남편 병원서 버젓이 홍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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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희 선관위원장 후보자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항암요법 중 하나인 '구충제 치료'. 사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노정희 선관위원장 후보자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항암요법 중 하나인 '구충제 치료'. 사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중앙선관위원장 후보자 노정희 대법관의 남편이자 한의학 박사인 이모(58)씨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요양병원이 '구충제 성분' '산삼약침' '기공수련' 등 최근 논란이 된 암환자 치료 요법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 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항암치료 요법에는 의료계와 정부 기관이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힌 치료법도 포함돼 있었다.

이 병원 홈페이지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구충제 암치료법'을 '12가지 천연물로 이루어진 대사치료 처방'이라고 소개했다. "암대사치료 처방 중 하나로 최근 많이 알려진 구충제의 암치료 원리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천연물 포함"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하지만 식약처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말 각각 "암환자에게 개 구충제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도 올해 1월 "구충제 임상시험은 할 가치가 없으며 연구윤리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노정희 선관위원장 후보자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항암요법 '산삼약침'. 사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노정희 선관위원장 후보자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항암요법 '산삼약침'. 사진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병원은 또 한의학 치료란에서 '산삼약침'을 언급하면서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인삼이 암의 재발과 전이 억제에 효과가 크고 암세포가 암줄기세포로 가는 신호전달체계 중 하나를 통한 베타카테닌 경로를 막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 자료에 따르면 산삼약침 요법과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6월 "혈맥약침(정맥주사)은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 안된 치료이므로 환자에게 치료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밖에도 병원은 '멀티이온아이저 물' '기공수련' 등의 암치료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이씨 요양병원은 전문의들을 고용해 양방 요법 등도 병행한다.

서 의원은 "이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의 경우 일반·상급 병실에 따라 월 400만~700만원이 들며 산삼약침 등을 추가하면 월 1000만원을 웃도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이비 요법이나 국립암센터·대한암학회 등의 기관에서 하지 말라는 치료를 고비용을 들여 하게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 병원은 지난해 매출 57억원에 당기순익 5억7000만원을 거둬들였다. 2018년 매출은 39억9000만원, 당기순익은 3억4000만원이었다. 노 후보자는 지난해 말(10억6000만원) 대비 올해 9월 말 재산(25억5000만원)이 약 15억원 증가한 이유로 "부동산 매각과 배우자의 요양병원 수익"을 꼽았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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