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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앞둔 KB증권 문건 “라임사태, 금감원 감독 책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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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오는 29일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KB증권이 라임사태 관련 금감원의 감독·대응·수습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 금감원이 예고한 중징계 조치의 타당성과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라임운용 부실 가능성에도 방치 #금감원은 면책, 금융기관만 문책 #당사·임직원 제재 재고해달라” #KB증권 “당사 공식 입장과 무관”

26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이 문건은 라임사태에 대해 “1차적으로는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에 원인이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실패와 금감원의 무사안일한 감독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10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정책을 통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2018년 3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부실기업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으로의 자금유입 길을 열어줬는데 금감원이 그에 따른 감독 강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건은 “사모펀드 시장의 활성화에는 부합했을지 몰라도 건전성에는 악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또 지난해 10월 라임사태 발발에 앞서 금감원이 라임운용의 부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금감원이 2018년 3월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 상장폐지 관련 제보를 받았으면서도 다른 검사업무 등을 이유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지난해 7월 라임운용이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즉각 검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라임사태 이후에도 펀드 운용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 10월 중순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검사 담당 임직원에 대한 조치나 반성도 없이 금융기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문건에 나왔다. 청와대에 파견 중이던 현직 간부가 내부보고서를 유출하고, 스타모빌리티로 200억원이 유출돼 횡령에 사용되는 것을 방치한 것이 문건이 밝힌 금감원의 책임이다.

KB증권 사옥 전경. [사진 KB증권]

KB증권 사옥 전경. [사진 KB증권]

문건의 결론은 KB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를 제고해달라는 것이다. KB증권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과는 달리 라임 사태와 관련해 임직원이 형사상 구속기소 된 바가 전혀 없음에도 타 기관과 동일한 정도로 제재를 예정하는 등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의 타당성 및 형평성을 재고해 달라”고 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14명의 KB증권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문건을 작성한 곳은 KB증권 내 라임 사태 태스크포스(TF)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초 발족한 TF는 회사 내 리스크관리부와 법무부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문건의 수신자는 나와 있지 않다.

이 문건에 대해 KB증권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라임 사태 관련 제재심을 앞두고 사안별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든 자료 중 일부로, 탄원 등 특정 목적이 있거나 제출처가 정해진 문서가 아니다”라며 “부문장이나 대표이사에게 보고된 적도 없고 외부로 제공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KB증권 고위 관계자도 “실무진 선에서 작성 중이던 자료에 불과하다”며 “제재심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문건을 만들 이유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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