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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SDS 뛰고 바이오·SDI 내려…요동친 삼성그룹 주가 왜

중앙일보

입력

26일은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 후 첫 주식 거래일이었다. 삼성물산(13.46%)·삼성SDS(5.51%)·삼성생명(3.8%) 주가는 크게 뛰고 삼성전자(0.33%)는 오르락내리락하다 약간 오른 채 마감했다. 나머지는 떨어졌다. 삼성증권(-3.36%)·삼성엔지니어링(-2.71%)·제일기획(-2.6%)의 낙폭이 컸고 삼성바이오로직스(-0.94%)·삼성전기(-0.71%)·삼성SDI(-1.65%)·삼성중공업(-0.96%)·호텔신라(-0.13%)·에스원(-0.47%)·삼성화재(-1.02%)·삼성카드(-0.17%)는 1%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은 18조원이 넘는 삼성그룹 주식을 보유했다. 상속세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20%)와 30억원 초과 재산의 상속세율(50%)을 고려하면 10조원이 넘는다. 이 상속세 마련에 대한 시나리오를 시장에서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당분간 주가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삼성전자 지분도 팔까?

가장 단순한 돈 마련 방법은 가진 주식을 파는 것이다. 다만 지분은 곧 지배력이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삼성전자와 주요관계사의 지분 매각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반면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재원 마련 위해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며 “5.9%의 범위에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일부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분이 20.9%인데, 특수관계인에 대한 의결권 인정 한도가 15%라 나머지 5.9%는 팔아도 지배력엔 변화가 없을 거란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지분의 39.7%를 가지고 있는 삼성SDS도 처분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삼성SDS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총수일가 지분(17%)을 처분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자 할 경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 상승을 도모하려는 유인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삼성전자 지분만큼은 안 팔 거란 관측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입 규모와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생명·삼성SDS 등은 처분이 불가피하다"면서 "필요하다면 삼성전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배력에 여유 있는 삼성물산 지분 중 일부 처분도 가능하다"고 봤다.

26일 신영증권 보고서 중 일부.

26일 신영증권 보고서 중 일부.

배당 높여 세금 낼 돈 마련?
배당 강화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은경완·김고은·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속세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고, 주식담보 대출은 한시적 방편에 불과해 유일한 해법은 보유 회사의 배당 확대를 통한 자금력 확보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 얘기도 나온다. 배당금을 높여 돈 벌어들일 곳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정도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급진적으로 배당정책을 바꾸려면 본업 이익만으로는 부족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팔고자 할 수 있다. 그러면 지배권 만회 차원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방안은 오너3세 직접상속의 경우 재원마련에 대한 것이다. 고 이 회장의 지분을 삼성물산 법인에 증여하거나,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도 있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각종 시나리오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삼성그룹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최소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의 가능성은 매우 작을 것”이라고 했다.

그룹 총수의 사망은 주가에 일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료는 26일 미래에셋대우 보고서 내용 중 일부.

그룹 총수의 사망은 주가에 일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료는 26일 미래에셋대우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주식 상속에 대한 방향은 내년 4월까지는 정해지게 된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납세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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