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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V·S라인 ‘외장개조’ 붐…참 아름다움은 뭔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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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27면

미학 산책

요즘에는 외국 언론매체에서도 한국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양가적이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말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강남에서의 성형수술을 크게 다루었다. ‘성형수술: 더 크고 더 매끈하게, 강남’이라는 이 기사는 세상 어디에도 강남만큼 많은 성형병원이 없고, 이곳에서 한국 중산층은 여러 종류의 수술을 한다고 적혀 있다.

20대 여성 30%가 성형수술 #외국 고객도 강남 몰려들어 #클림트 ‘한 여성의 세 나이’ #진솔한 삶의 필연적 과정 그려 #‘오래가는 참다운 미’ 고민을

쌍꺼풀 수술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하는, 그래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한국에서는,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이 수술하는데, 20대 여자의 경우 10명 중 3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문은 두 사례를 든다.

취업 지도교수도 쌍꺼풀 수술 권해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가는 삶의 행로를 담은 구스타브 클림트의 ‘한 여성의 세 나이’(1905). 캔버스에 유채, 180x180㎝. [로마 국립갤러리]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가는 삶의 행로를 담은 구스타브 클림트의 ‘한 여성의 세 나이’(1905). 캔버스에 유채, 180x180㎝. [로마 국립갤러리]

취업 준비 중인 어느 경영학과 대학생은 최근 강남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다. 그사이 부기가 빠지면서 전보다 좋아 보인다고, 하지만 쌍꺼풀이 어울리려면, 그래서 사진이 잘 나오려면 1년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큰 눈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났는지, 그 눈이 메스와 실로 만든 결과인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기사 한 토막을 읽어 보자.

“서울에서는 모든 것이 제자리와 제 형식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이 더 높고, 더 좋으며, 더 우아하다. 이 학생도 보조를 맞추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기 몹시 어렵다…지원과정에서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결정적일 수 있고, 외모 사진은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살아오면서 무섭다거나 화난 듯하다거나 평범해 보이는 이유가 좁은 눈매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쌍꺼풀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지도교수도 그렇게 말했다.”(디 차이트, 2019. 12. 2.)

이 청년이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은 개인적으로 취업 때문이고, 크게 보면 시대와 “보조를 맞추고 싶어서”다. 취업을 위한 지원에서 “사소한 모든 것들이 결정적일 수 있고, 외모 사진은 그중 하나다.” 그래서 그의 지도교수조차 수술을 권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쌍꺼풀 수술이 퍼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것은 어느 미국인 의사가 한국전쟁 당시 주둔했던 미군들의 한국인 아내에게 서양적 외모와 인상을 주기 위해 비롯됐다. 그래서 쌍꺼풀 수술은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보이는, 한국적이고 아시아적인 특징을 중화시킨 서구화의 결과다.

오늘날 성형수술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고, 이런 사실은 해외에서도 뉴스거리가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가? 지금의 한국사회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선진세계의 일부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한국은 국제사회의 변방이 더는 아니다.

강남에는 거대한 고층빌딩과 화려한 실내를 자랑하는 장소가 곳곳에 있다. 은행과 사무실이 있고, 호텔과 약국, 상점과 빵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디 차이트에는 도산대로가 언급된다. 얼마 전 완공된 잠실 롯데타워는 압도적이다. 높이 555m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이 건물에는 백화점이나 호텔, 극장과 아이스링크를 포함해 놀이공원까지 있다. 이 건물과 연결된 잠실역에서는 지하통로가 수백m나 연결돼 유흥과 소비의 거대한 휴식공간을 이룬다.

미학 산책 삽화

미학 산책 삽화

이뿐인가? 강남 거리에서는 어디에나 현란한 간판과 광고판이 걸려 있고, 저녁이면 광채를 발한다. 붉고 파랗고 노랗고 푸른 네온사인과 벽보판에는 쌍꺼풀에 크고 둥근 눈, 갸름한 턱과 날씬한 허리를 가진 여성들의 이미지로 넘쳐난다. 가슴은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하며 엉덩이는 둥글둥글하다.

그런데 강남에는 1970년대 초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서울의 정치경제적 중심지는 강북이었다. 한국의 인구는 1960년대를 지나면서 급격히 늘어났고, 1974년 정부는 이곳의 논밭을 발전지역으로 선포한 후 큰 도로를 내고 현대적 주거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남이 변한 것은 이 무렵이다. 1988년 올림픽 유치는 그런 변화의 전환점이었다. 그 후 한국은 계획적 경제개발로 성장을 거듭했고, 이 성장은 계속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고, 사회적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했다. ‘몸이 자산이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용모에 대한 요구는 늘어났다. 사람들은 V라인을 위해 턱뼈를 깎고 광대뼈를 잘라냈다. 갈라진 뼈는 나사로 정교하게 이어 붙였다. 여성에게는 ‘아이 같은 얼굴’이 선호됐고, 남성에게는 ‘꽃미남’ 외모가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강남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강남에서는 아름답지 않은 것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또 무엇이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강남의 힘’이고 매력이다. 바로 이런 매력 때문에 강남으로 모여드는 것은 한국 사람만이 아니다. 이제는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동남아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아랍에서도 몰려든다. 요즘은 한 해 46만 명의 외국 고객이 이곳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신문에 보도된 또 다른 사람은 한 미국 여성이다. 그녀는 10년 전 우울증을 앓았고, 복용한 약 때문에 살이 쪘다. 얼굴이 팽팽해졌고, 부푼 얼굴은 나이가 들면서 쳐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하다가 한국에서 찍은 수술 전후의 사진 몇장을 보았다. 이어 고객경험담도 읽었다. 마침내 그녀는 용기를 내었고, ‘자기에 대한 선물’로 주름제거 수술을 예약한 것이다. 그리고는 비행기 표와 2주 반 동안 지낼 호텔도 예약했다. 주름제거는 ‘외장개조(外裝改造)’로 불린다.

시대가 격변할수록 미의 기준도 흔들린다. 사람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직업적 성공이나 사랑의 행복을 위해 성형도 필요하다. 외모가 사회적 관계에서 순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또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형한 결과에 만족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에 흡족해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나 견해가 빌려 온 경우도 많다. 빌려 온 감정이란 거짓 감정이고, 감정의 껍데기다. ‘매력적인 외모’나 ‘완전한 몸매’ 혹은 ‘멋진 인상’이라는 말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지닌 미의 기준도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얘기되거나,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오간 것일 뿐, 진지하게 검토한 내용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러니 오늘을 넘어 내일이나 내후년에도 타당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의 척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필요하지만, 각 개인에게도 중요해 보인다.

보이는 미가 미의 전부는 아니다

자기의 관심과 욕구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그 행동의 원칙이 바람직한지, 그것이 ‘자신의 본성을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가끔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때로는 더 넓고 깊은 미의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어야 한다. 보이는 미가 미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삶의 전체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체는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가며 죽는 자연스러운 과정 - 삶의 필연적 행로를 담는다.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한 여성의 세 나이’(1905)는 바로 그런 필연적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진실해 보인다. 미는 삶의 필연성에, 이 필연성의 진실에 열려 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서 이 여기를 넘어서는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는가? 보이는 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까지 느끼고 생각하며 상상하고 부르는, 그런 미지적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미는 없는가? 인간은 자기 속에서 자기를 넘어서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계를 넘어서는 가운데 스스로 쇄신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그는 ‘자유롭다’.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필요 속에서 필요를 넘어 더 큰 완전성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 좀 더 오래간다.

문광훈 충북대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
충북대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수영론, 김우창론, 페터 바이스론, 발터 벤야민론 등 한국문학과 독일문학, 예술과 미학과 문화에 대해 20권 정도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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