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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가슴 뛰게 했다" 응원 댓글…윤석열의 소신, 검사들 움직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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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병든 가슴을 뛰게 해주신 총장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3일 일선 검사들이 수백개의 댓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고 나섰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올린 글에 응원 댓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3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학살 인사, 검경수사권조정으로 사기가 꺾였던 검찰 조직이 윤 총장의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작심 발언으로 결집하고 있다.

정 부장검사는 21일 "3일 만에 소위 '(윤석열)검찰총장이 (라임)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대단한 '궁예의 관심법' 수준 감찰 능력에 놀랐다"며 추 장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이날 오후 2시 기준 179개의 댓글이 달렸다.

검찰 중립에 대한 윤 총장의 소신 발언을 응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사람의 그릇의 크기는 고통과 핍박의 순간 가늠이 되는 것 같다"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총장의 소신을 응원한다 "검사의 독립성은 오로지 총장의 인격과 소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검찰청법의 규정 취지를 총장이 몸소 실천하고 있다" 며 응원했다.

친정부 검사들을 윤 총장과 비교해 비판하기도 했다. 검사들은 "직을 걸고 정치를 하는 검사가 있는 반면, 직을 걸고 법과 명예를 지키려는 검사들도 있다" "주인에게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보다 차라리 황금 들판을 외롭게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멋있다" 고 비교했다. 한 검사는 "처음 뵀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분"이라고 윤 총장을 평가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사람이 달라지니 평가가 달라진다"고 국감에서 윤 총장을 비판한 것과 차이가 있다.

국감 당일 박 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총장 지휘 배제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올린 사의 글에는 151개의 댓글이 달렸다. 검사들은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 쪽의 수사기록을 휴짓조각 취급하고, 수사검사를 범죄조직 취급하고 있다" "검찰이 정쟁의 수단이 됐다"며 댓글로 추 장관을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일선 검사들은 박 지검장의 사표 제출 직후, 추 장관이 "금명간 후임 인사를 하겠다"고 공표한 데 대해 분노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라임 사건의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편지에 장관이 춤을 추는 상황에 압박을 느끼지 않은 지검장이 누가 있겠는가. 사표 제출 후 '금명간 후임 인사' 운운한 것은 정권 입맛에 맞는 남부지검장을 앉히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이후 검찰의 분위기에 대해 재경지검의 검찰 간부는 "국감 이후 윤 총장에게 비판적이었던 평검사들마저 다 돌아섰다. 박 지검장의 사의 글이 검사들에게 더 불을 붙인 셈"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검사는 "근거 없는 검찰에 대한 비판으로 답답해하던 검사들이 국감에서 윤 총장의 결기를 보고 기운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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