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프로…1년에 500차례 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2020.10.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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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브리지스톤골프배 최강전에서 우승자 박태영씨가 칩샷을 하고 있다. 홈코스에서 우승한 박씨는 ’유리한 점 보다는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브리지스톤골프배 최강전에서 우승자 박태영씨가 칩샷을 하고 있다. 홈코스에서 우승한 박씨는 ’유리한 점 보다는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브리지스톤 골프배 미드아마 최강전이 열린 21일 경북 영천 오션힐스 영천 골프장. 1~2라운드 합계 1언더파로 우승한 박태영씨에게 동료들이 물을 뿌렸다. 50대 중반의 박씨는 “내 인생에서 두세 번째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드아마추어 골퍼의 세계
공식대회 출전 원하는 싱글 대상
45초만에 대회 접수 마감 되기도
프로 대회도 출전하지만 컷 탈락

아마추어 최고수가 출전하는 이 대회는 언뜻 보기에는 프로대회 같았다. 정장 차림 사회자가 출전 선수를 소개했고, 경기위원이 참가자 공을 확인한 뒤 마커를 지정해줬다. 티잉 그라운드 등 여러 곳에 광고판이 설치됐고. (녹화) 방송 중계팀이 따라다녔다.

‘미드아마’는 25세 이상인 아마추어 골퍼를 뜻한다. 신분은 아마추어지만 프로를 지망하거나, 프로처럼 훈련하는 주니어 선수 등을 배제한, 순수한 아마추어 골퍼다. 2009년 대한골프협회(KGA) 산하에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이 생겼다. 회원은 7500명이다.

미드아마 대회에는 핸디캡 9 이하 ‘싱글’이 출전한다. 올해 본선 대회는 5개였다. 코로나19 탓에 예년보다 줄었다. 고재환 연맹 부장은 “자신의 실력을 공식 대회에서 견줘보겠다는 골퍼가 많다. 올해 대회 중 가장 빠른 마감은 정확히 45초였고, 보통 5분 이내에 마감된다”고 소개했다.

아마 최고수 중엔 중소기업 사주가 많다. 미드아마대회에서 15승을 한 레전드 김양권(61) 연맹 고문은 “젊은 시절 노력해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그 후 노력으로 골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건강하고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최고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아마 고수 중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술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흡연자는 손에 꼽는다. 하루 대부분을 골프에 할애한다. 체력 훈련을 하고, 쇼트 게임을 연습하고, 식단 조절도 한다. 김양권 고문은 “얼마 전까지 1년에 500라운드를 했다. 보통 하루에 27홀이고, 겨울 전지훈련 때는 36홀씩 했다”라고 전했다.

과거 아마 고수는 내기 골프의 고수로 통했다. 프로 자격증을 가진 탤런트 홍요섭씨는 “전에는 한 클럽 챔피언이 다른 클럽 챔피언을 만나 ‘도장 깨기’ 비슷하게 경기했는데, 돈 내기하는 경향이 있었고 전문 내기꾼도 끼어들었다. 10여 년 전쯤 타당 500만원짜리 내기하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미드아마 대회가 생긴 이후로 아마 고수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왔고, 얼마 남지 않은 내기꾼은 음지로 사라졌다.

공인구를 쓰는 것도 특징이다. 브리지스톤과 볼빅 공만 사용한다. 타이틀리스트 볼을 쓰는 참가자 불만이 없지 않은데, 연맹은 “어려울 때 도와준 회사”라며 틀을 고수한다. 연맹 후원사 관계자들은 “일반 골퍼는 프로선수만큼 아마 고수가 무슨 장비를 쓰는지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프로선수와 비교하면 아마 최고수 실력은 냉정하게 어떨까. 미드아마연맹 선수권 우승자는 한국오픈에, 미드아마 랭킹 1위는 매경 오픈에 출전한다. 아직 한 번도 컷을 통과한 적이 없다. 지난해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 김양권 고문은 매경오픈에서 78-76타, 한국오픈에서 74-83타로 컷 탈락했다.

김 고문은 “미드아마 대회에서는 카트를 타고 경기한다. 그러다가 프로대회에 나가서 걸으며 경기하니 힘들다. 망신당하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도 크다. 티샷은 제일 마지막에 하는데, 거리가 제일 짧아 세컨드샷은 제일 먼저 해야 한다. 티샷하고 헐레벌떡 달려가는데, 세컨드샷 할 때 호흡 조절이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올해 미드아마 랭킹 1위 강권오(55)씨는 “투어 프로와 비교하면 거리부터 쇼트 게임까지 다르다. 7~8타 정도는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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