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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찍어” 극우단체 명의 메일, 공작이냐 역공작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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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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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 대선에 뛰어들어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 낙선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이란 개입설이 튀어나왔다.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DNI)과 크리스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FBI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러시아 세력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으로 미국 유권자 등록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란은 이 정보를 이용해 유권자에게 협박 e메일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선 앞으로 11일 #플로리다 등 민주당 지지자에 발송 #미 정보당국 “이란, 사회 불안 조장 #트럼프에게 피해 주려고 일 꾸며” #민주당, 트럼프 지지층 결집용 의심

최근 플로리다와 알래스카 등에 사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협박 e메일을 받았다. 이 e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 명의로 발송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미 정보·수사당국이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이란 소행”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수신자 이름을 명시한 e메일에는 “우리는 당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 당신은 민주당 소속으로 등록돼 있다”며 “선거일에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뒤를 쫓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CNN 등이 보도했다. 협박 e메일은 사우디아라비아 보험회사, 에스토니아의 교과서 업체 웹사이트,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서버 등을 거쳐 발송됐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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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클리프 국장은 “이란은 명의를 도용해 유권자를 협박하고, 사회 불안을 조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몄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피해’는 친트럼프 단체 명의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협박 e메일을 보내 이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려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유권자 목소리를 잠재우고 권리를 빼앗기 위한 선거 개입이나 유권자 협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의구심도 나온다.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랫클리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만큼 발표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해외 세력의 트럼프 낙선 공작은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트위터를 통해 “랫클리프의 말을 듣지 말라. 편파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혐의를 부인했다. 알리레자 미르유세피 주유엔 이란대표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국과 달리 이란은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13일 앞둔 이날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지원을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등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우리를 돕지 못한다. 그는 자기 자신도 못 지키는 사람”이라고 조롱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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