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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제조번호 백신 첫 사망자…정은경 "접종 중단" 말 뒤집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했다는 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일 로트번호로 생산된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했다는 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일 로트번호로 생산된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했다는 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제조번호(로트번호)로 생산된 백신을 맞은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22일 오후 공개한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5명의 사망자 가운데 11·22번째, 13·15번째 사망자가 같은 로트번호의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로트번호 사망자가 나오면서 그동안 질병병의 입장과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오전 국정감사에서 "같은 로트번호의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백신에 문제가 없다. 같은 번호의 백신 접종 사망자가 있으면 백신을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의 발언이 반나절만에 뒤집힌 것이다.

로트번호는 단일 생산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조립해 동일한 특성을 갖는 제품군에 부여하는 고유번호다.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어제와 오늘 음식이 다른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11·22번 사망자가 맞은 백신은 ‘스카이셀플루4가’로 로트번호는 Q022048이었고, 13·15번 사망자는 ‘스카이셀플루4가’ 로트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다만 11번 사망자는 경북, 22번 사망자는 거주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 15번 사망자는 경남 거주자, 13번은 공개하지 않았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질병청 관계자는 “동일 로트번호 사망자가 없다고 설명해왔지만 이는 같은 번호 백신 사망자가 무더기로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사망 신고자가 늘면서 우연히 사망자가 같은 로트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23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동일 로트번호 사망자 문제를 비롯한 예방접종 상황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같은 로트번호 백신이 15만 개정도 생산된다”며 “이 백신이 전국으로 배송돼 접종이 이뤄지며 우연의 일치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때문에 이 사실만으로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 모든 사망자가 로트번호가 동일한 백신을 맞았다면 판단이 쉽겠지만 두 건의 사례만 가지고 백신의 문제를 확인할 도리는 없다"며 "다만 사망자가 겹친 로트번호 백신 가운데 남아있는 걸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수거해서 검사를 해야 한다. 이번 상온 노출, 백색 입자 사건도 있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약 같은 제조공정, 로트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해당 로트는 봉인 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약처에 재검정을 요청할 것”이라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조사반에서 판단하고 있다. 즉시 조치가 필요한 건 판단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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