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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면 울리는 그 소리…95년 '소방 사이렌' 역사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불이 나면 울리는 ‘사이렌’의 시작은 언제쯤일까. 소방청이 현존하는 ‘사이렌’ 경보장치의 역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소방청, 현존하는 첫 기계식 사이렌 확인 #충남 서천에 철탑 형태 사이렌 9개 보존

 소방청은 22일 “충남 보령소방서 청소면 의용소방대가 보존하고 있는 95년 된 사이렌이 우리나라에 설치된 기계식 경보장치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주관으로 실시한 ‘근현대문화유산 소방안전 분야’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탑 형태로 존재하던 ‘사이렌’의 제조 일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충남 서천에 몰려있는 '사이렌 탑'

 탑 형태로 존재하는 사이렌은 현재 충남 서천지역에만 9개가 남아있다. 소방청은 이 철탑 형태의 사이렌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역사 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충남 서천군 비인 의용소방대장을 지낸 서우제씨를 찾아냈지만 들을 수 있던 말은 “어릴 적부터 보았다”라는 증언뿐이었다.

 사이렌의 연대 파악은 쉽지 않았다. 철탑 위에 설치된 데다 관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도색이 되면서 언제 제조되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산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소방차에 대형 마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이 대형 마스크는 가로 1.2m, 세로 0.6m 크기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산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소방차에 대형 마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이 대형 마스크는 가로 1.2m, 세로 0.6m 크기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연합뉴스

 수소문 끝에 찾아낸 것은 철탑에서 분리된 사이렌이었다. 서천에서 가까운 보령시 청소면 의용소방대에 1대가 남아있는 것을 찾아내 도색 제거 작업을 했다. 드러난 명판에 적힌 제조 일자는 1925년 6월 14일. 제조사는 일본전기철공주식회사였다.

 소방청은 “이 사이렌은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방식이며, 우리나라에 설치된 기계식 경보장치의 효시”라고 밝혔다.

조선 시대에도 있던 ‘화재 경보’

 불이 나면 소방대를 모집하기 위해 경보를 울리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종루에서 불이 나는지를 감시하고 있다가 연기를 발견하면 큰 종을 쳐서 알리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일제강점기 초까지 이어지다 기계식 경보장치인 사이렌이 들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1924년 3월에 남대문 소방서 망루에 처음 설치된 것을 계기로 전국에 설치됐다. 손으로 돌리는 수동식 사이렌은 소방차에, 기계로 돌아가는 대형 사이렌은 철제 탑 위에 올려 온 동네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쟁 이후 사이렌의 용도는 ‘공습경보’ 용으로도 쓰이기 시작한다. 1970년 서울 남산타워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 4곳에 민방위경보 단말기가 설치됐다. 조선호 소방청 대변인은 “근대 소방유물의 경우 우리나라 안전 발달사를 보여주는 중요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보존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유물 보존과 학술연구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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