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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탈출했던 새끼곰도…방치된 불법증식 반달곰 7마리 폐사

중앙일보

입력

불법증식된 새끼곰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다. 녹색연합

불법증식된 새끼곰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다. 녹색연합

불법증식된 채로 방치된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7마리가 폐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입수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 동안 불법증식된 곰은 36마리다. 이 중 2016년 1마리, 2017년 2마리, 2018년 1마리에 이어 올해 3마리까지 총 7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곰. 여주소방서 제공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곰. 여주소방서 제공

특히 올해 폐사한 3마리는 올해 초 불법증식으로 적발된 새끼 곰이다. 그중 1마리는 지난 7월 경기도 여주시의 곰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인근 농수로에 빠져 구조되기도 했다. 이 새끼곰은 잠깐의 자유를 맛본 뒤 다시 좁은 철창 안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결국 농장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았다.

과거 국가적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곰 사육을 장려했고 1985년까지 총 493마리의 곰이 재수출용으로 수입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거래가 금지됐다.

이후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해 정부는 55억의 예산을 들여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웅담채취용사육곰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 자율 의사에 따라 사육곰을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고, 당시 91마리의 사육곰이 중성화 수술 없이 전시관람용으로 전환됐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환경부는 웅담채취용에서 전시관람용으로 용도를 전환한 경우 농가의 시설이 미비하더라도 곰을 사육할 수 있도록 기한 없는 유예기간을 줬다”며 “학대에 가까운 환경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사육되고, 증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증식에도 몰수보호시설 없어 방치 

불법증식된 새끼곰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다. 녹색연합

불법증식된 새끼곰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다. 녹색연합

이 과정에서 수익을 위해 불법 증식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인공증식하기 위해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술한 법과 관리·감독으로 인해 곰 사육 농가에서 불법 증식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몰수보호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증식 개체들을 불법 농가에 방치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2021년 예산에 몰수보호시설 설계비를 포함했고, 올해 기재부 심사를 통과했다. 불법증식된 반달가슴곰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반달가슴곰 불법증식 문제를 방치해 온 환경부는 몰수보호시설이 제대로 된 멸종위기종 국가 보호시설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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