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꾸꾸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올해의 패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원마일 웨어’라는 유행어까지 파생시켰다.

원마일 웨어란 집에서 입던 차림 그대로 1마일(1.6㎞) 반경의 미팅·산책·운동을 나갈 때 입기 좋은 옷차림을 말한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어 컬러와 디자인은 심플하고, 편안함과 활동성은 강조한 옷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트레이닝복, 스웨트셔츠,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가수 나훈아의 2020년 추석공연 무대의상. 사진 인터넷 캡처

가수 나훈아의 2020년 추석공연 무대의상. 사진 인터넷 캡처

그렇다면 비둘기 울음소리를 닮은 ‘꾸꾸꾸’는 뭘까. 꾸안꾸와는 대척점에 있는 말로 ‘꾸며도 꾸질꾸질’의 줄임말이다. 외출 전날부터 옷장을 뒤집고 정성 들여 화장을 했지만 예쁘게 꾸민 티가 전혀 안 나고 오히려 구질구질하게 보인다는 뜻. 평소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서 농담처럼 “오늘 패션이 영 꾸꾸꾸네” 소리를 들으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악평이다.

그런데 사실 꾸안꾸와 꾸꾸꾸 스타일을 가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단춧구멍 박음질 실 색깔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벼운 캐주얼과 스포츠 웨어를 오가는 평범한 이들의 옷차림은 ‘제 눈에 안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70대 노가수의 허벅지가 다 드러난 찢어진 청바지(사진)를 두고 열정과 오버라는 평이 갈리듯, 누군가의 눈에 멋져 보이는 차림이 어떤 이에게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옷일 수 있다. 언제나 문제는 ‘제 눈에 들보는 안 보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태도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