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패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원마일 웨어’라는 유행어까지 파생시켰다.
원마일 웨어란 집에서 입던 차림 그대로 1마일(1.6㎞) 반경의 미팅·산책·운동을 나갈 때 입기 좋은 옷차림을 말한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어 컬러와 디자인은 심플하고, 편안함과 활동성은 강조한 옷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트레이닝복, 스웨트셔츠,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비둘기 울음소리를 닮은 ‘꾸꾸꾸’는 뭘까. 꾸안꾸와는 대척점에 있는 말로 ‘꾸며도 꾸질꾸질’의 줄임말이다. 외출 전날부터 옷장을 뒤집고 정성 들여 화장을 했지만 예쁘게 꾸민 티가 전혀 안 나고 오히려 구질구질하게 보인다는 뜻. 평소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서 농담처럼 “오늘 패션이 영 꾸꾸꾸네” 소리를 들으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악평이다.
그런데 사실 꾸안꾸와 꾸꾸꾸 스타일을 가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단춧구멍 박음질 실 색깔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벼운 캐주얼과 스포츠 웨어를 오가는 평범한 이들의 옷차림은 ‘제 눈에 안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70대 노가수의 허벅지가 다 드러난 찢어진 청바지(사진)를 두고 열정과 오버라는 평이 갈리듯, 누군가의 눈에 멋져 보이는 차림이 어떤 이에게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옷일 수 있다. 언제나 문제는 ‘제 눈에 들보는 안 보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태도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