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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간 박신혜의 ‘콜’…송중기 ‘승리호’도 따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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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침체 속에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침체 속에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온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SF 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도 넷플릭스로 직행할 것인가.

‘코로나 침체’ 속 무너지는 영화산업 #베니스 초청작도 넷플릭스행 논의 #CGV 30% 축소 등 국내극장 휘청 #“영화산업 붕괴될 수도” 현장 위기감 #영진위 “영화생태계 살릴 정책 고민”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침체 속에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봉을 연기했던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콜’은 넷플릭스로 11월 27일 독점 공개한다고 배급사 측이 20일 발표했다.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콜’은 지난 4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에 이어 두 번째로 극장 개봉을 건너뛴 넷플릭스 배급 한국영화가 됐다. ‘콜’ 배급사인 NEW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도 넷플릭스 배급을 논의 중이다. 엄태구·전여빈·차승원 등이 출연한 ‘낙원의 밤’은 지난달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영화계에선 제작비 200억원 대의 ‘승리호’도 넷플릭스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 추석 개봉을 예고했다가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던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본지 문의에 “논의 중인 건 사실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영화사 대표는 “넷플릭스와 큰 틀 합의는 끝났고 세부 조건 조율만 남은 거로 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독점 공개 땐 해외 판매 및 IPTV 등 부가가치 판권을 챙길 수 없지만 제작비라도 회수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NEW의 양지혜 부장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극장 상영만 고집하는 건 무리인 시대가 왔다. 여러 대안을 놓고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한 전세계 독점 공개가 확정된 박신혜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콜’. [사진 넷플릭스]

오는 11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한 전세계 독점 공개가 확정된 박신혜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콜’. [사진 넷플릭스]

톱스타 및 이름난 감독들의 화제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것은 그만큼 극장 상황이 암울해서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올 2월 이후 지난달까지 영화 관객은 3298만 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1억5264만 명) 대비해 78.4% 감소했다. 총 121편의 영화가 제작 중단되거나 개봉 연기되는 등의 피해를 겪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음 주부터 6000원 영화 할인권을 재배포할 예정이지만 가라앉은 관람 심리를 띄울지는 미지수다. 전체 좌석 50% 미만 판매, 좌석 띄워 앉기 등 방역정책도 박스오피스 발목을 붙잡는다.

넷플릭스와 막바지 협상 중인 올 베니스영화제 초청작 ‘낙원의 밤’. [사진 NEW]

넷플릭스와 막바지 협상 중인 올 베니스영화제 초청작 ‘낙원의 밤’. [사진 NEW]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업체 CGV는 3년 내 전국 119개 직영점 중 30%인 35~40곳의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부터 티켓값을 최대 2000원 인상한다고도 알렸다. 상반기에만 2000억원 영업손실이 났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가 연 2억2668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8000만 명도 안 될 것 같다”며 “올해 제작·투자가 연기·보류되면서 내년 역시 기대가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CGV가 방탄소년단 다큐나 김호중 및 미스터트롯 콘서트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기존 충무로 영화가 아닌 ‘대안 콘텐트’로 극장 수익을 회복하려는 자구책이다.

연내 뮤지컬영화 ‘영웅’ 개봉을 저울질하는 JK필름의 윤제균 감독은 “현장에선 영화산업이 붕괴하는 거 아닌가, 계속 영화를 해도 되나 하는 위기감이 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TV와 극장용 콘텐트는 제작 단계부터 투자비용 차이가 큰데 극장에 못 걸리면 타격이 크다”면서 “극장 수까지 줄면 작품별 수익률은 더 떨어지고 투자배급사 몇 곳은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관객 수 변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관객 수 변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규모는 6조1772억원. 이 중 5000억원가량은 개봉 후 3~4주의 홀드백 기간 뒤 IPTV를 통해 나오는 부가 판권 매출이다. 개봉 신작이 줄면서 IPTV도 적절한 공급 순환이 어려워졌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현수 정책사업본부장은 “그간 영화수익의 주축은 티켓값을 제작·배급사와 극장 측이 나누는 것이었고, 이후 IPTV와 OTT 등 플랫폼에서 부가 수익이 났는데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티켓값의 3%를 걷어 조성해온 영화발전기금도 올해 90% 감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진흥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 본부장은 “신진들이 작은 영화를 통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처럼 커나갈 기회가 쪼그라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GV 국내 극장 및 스크린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GV 국내 극장 및 스크린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30~40년을 국한해서 볼 때 우리 영화계에 혁신과 적응이 요구되었던 시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을 단장으로 발족한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 추진단’이 지난 20일  『월간 한국영화』 124호에서 내비친 위기의식이다. 추진단은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윤제균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이정세 메가박스 콘텐트본부장 등 영화계 대표 인사 25명을 아우르는 기획위원회 외에 추진TF팀과 영화정책 패널(201명)로 구성됐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 ‘영화 시장 개방’ 이후 국내 대기업(삼성·대우 등)이 영화계 게임체인저로 등장했던 때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멀티플렉스 대기업이 영화계로 진입했던 시기에 이어 최근 상황이 위기이자 재편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추진 TF팀장을 맡은 김현수 본부장은 “기술 발달, 플랫폼 변화에 따른 영화산업 지각 변동이 코로나19로 한층 빨라졌다”면서 “영화인과 관객에게 어떤 정책이 도움될지, 혁신적 영화들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다음 달 현안인식포럼을 열고 내년 4월 초까지 정책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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