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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 비공개구역 ‘태실(胎室) 묘역’ 일반 공개…하루 3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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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사적 제200호)’ 내의 비공개구역이었던 태실(胎室) 권역이 최근 제한적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태실은 왕실의 태반과 탯줄을 봉안한 곳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1일 "서삼릉은 대표적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라며 "16일부터 개방한 서삼릉 태실 권역에는 태실 54기 외에도 왕자·왕녀묘, 후궁묘, 회묘(연산군 생모 폐비 윤씨) 등 총 45기의 묘가 조성돼 있다"고 밝혔다.

서삼릉의 왕자·왕녀묘 22기와 후궁묘 22기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회묘는 조선 제9대 성종의 폐비이자 10대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의 묘로 1969년 서울 회기동에서 현재의 자리로 이장했다. 서삼릉에는 예릉(철종과 왕비 능)과 희릉(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 능), 효릉(인종과 왕비 능) 등이 있다. 3개의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광활한 잔디 구릉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서삼릉 태실.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서삼릉태실연구소]

태실, 일제의 민족정기 유린 현장

태실은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이다. 왕족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보관했던 집장지였던 곳이다. 태실에는 조선 시대 왕의 태실비(胎室碑)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태실비에는 주인공과 건립 시기, 원래 위치 등이 기록돼 있다. 김득환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전국 각지 명산에 조성됐던 태실은 조선왕실에서 관리를 임명, 엄격히 보관해왔는데 1929년 조선총독부가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이곳으로 모아 서양식 공동묘지처럼 만들어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태실이 파괴될 염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흩어져 보관돼 있던 왕과 왕손의 태실 54기를 파내 이곳에 옮겨와 서삼릉 태실을 조성했다. 일제는 당시 화강석 재질의 관으로 태 항아리를 보관하던 우리의 전통적 조성방식인 태함(胎函)을 무시한 채 시멘트 관으로 바꾸고, 태실 주변을 날 일자(日)형으로 담을 둘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서삼릉태실연구소]

그나마 1996년 문화재연구소가 철제 담을 없애는 등 왜색이 짙은 태실을 정비했지만, 아직 태실의 규모나 내부시설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발굴된 태 항아리 등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득환 대표는 “현재 원 상태로 보존된 태실은 전국 10여 곳 정도지만 조선 후기까지 전국 130여 곳에 태실이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태실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태실을 원래 조성된 곳에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주최로 한국문화재재단, 고양시가 후원하고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가 주관한 2020년 조선왕릉문화제 속의 ‘태, 생명과 희망을 잇다’ 태문화제가 지난 17일 서삼릉 태실에서 열렸다.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

문화재청 주최로 한국문화재재단, 고양시가 후원하고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가 주관한 2020년 조선왕릉문화제 속의 ‘태, 생명과 희망을 잇다’ 태문화제가 지난 17일 서삼릉 태실에서 열렸다.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

회차당 20명 사전예약, 해설사 동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지난해 양주 온릉(중종비 단경왕후)을 개방한 데 이어 해마다 비공개 궁·능·원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개방에 앞서 서삼릉 태실 권역의 관람객안내소와 경비초소 등 관람기반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늘리고 관람로를 정비했다. 서삼릉 태실 권역의 관람은 조선왕릉 누리집(http://royaltombs.cha.go.kr)에서 회차당 20명씩 사전예약으로 진행한다. 하루 3회 해설사를 동반한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한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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