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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불릴 유일한 길” 동학개미들 증시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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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0%대 저금리 시대, 2030의 좌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20~30대에게 올해 상반기 증시는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 3월 19일 1457.64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동시에 급락했다. 언젠가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렸다. 이른바 ‘동학개미’의 탄생이다. 지난 3~9월 국내 증시에서 개인들은 46조57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 증권사 신규계좌 60%가 20~30대 #‘한 방’ 노리는 대신 장기투자 가져가야

올 상반기 증권사에서 신규 계좌를 만든 고객의 60% 이상은 20~30대였다. 증시에서 ‘한 방’을 노린 젊은 투자자들의 삶은 확 달라졌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주식 창을 여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밤에는 미국 증시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진하(29)씨는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으로 얼마 전 미국 테슬라(전기차)와 머크(제약) 주식을 샀다”며 “투자금은 얼마 안 되지만 밤마다 (미국 증시 상황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의 탄생...증시로 몰린 개인. 동학개미의 탄생... 증시로 몰린 개인

동학개미의 탄생...증시로 몰린 개인. 동학개미의 탄생... 증시로 몰린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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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부동산 편중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증시에서) 자산 증식의 길을 찾아 나선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재테크 수단이지만 기업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며 “경제 전체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한때 145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어느새 2300선을 회복했다. 저점에서 종목을 잘 골라서 투자했다면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는 의미다.

이제는 장기전이다. 주가의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은 끝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의 종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막대한 돈을 풀었다는 점에서 주가의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단기적인 투기가 아닌 장기적인 투자를 하려면 급격히 변하는 산업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어야 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20~30대는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큰 무기를 하나 가진 것”이라며 “여유자금으로 오래 갈 기업을 발굴한다는 투자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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