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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개설허가 취소는 적법”…제주도 승소

중앙일보

입력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원고 청구 기각 #인력 이탈 ‘업무 시작 거부 사유’ 불인정 #내국인 진료 제한 취소 소송은 선고 연기 #녹지측, 투자자-국가 소송(ISD) 가능성도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현룡)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20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달아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주도에 함께 낸 '내국인 진료 금지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후행 처분인 개설허가 취소 소송의 최종 판단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의)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며 제주도가 영리병원 개원 허가 자체를 취소한 것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녹지병원 개설 허가가 지연되면서 직원들이 이탈해 개원을 할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은 후에도 원고는 병원 개원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인력 이탈은 업무 시작을 거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 재판부는 제주도가 업무 정지가 아닌 개원 허가 자체를 취소한 것도 적절한 재량권이었다고 판단했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이번 소송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와 ‘개설허가 취소’ 두가지 행정행위에 관해 다툼을 벌여왔다. 주요 쟁점은 개설허가 취소 관련 소송이었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17일 녹지병원이 의료법 상 개원 시한(90일) 내에 문을 열지 않자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제주는 그 해 5월 20일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처분에 반발, 이를 철회해달라는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선고가 연기된 내국인 진료 금지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소송 과정도 팽팽했다. 앞서 제주도는 2018년 12월 5일 녹지제주에 대해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녹지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녹지제주 측은 지난해 2월 14일 제주도의 개설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법원에 냈다. 진료 대상에 내국인을 제외한 허가 조건은 의료법 위반이란 취지였다. 의료법 15조에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 의료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이 법에 따르면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판 과정에서 양측은 제주도의 의료기관 개설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과 재량권 등을 놓고 치열하게 법리를 다퉜다. 제주도 측은 “녹지제주가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제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조건부 허가를 낸 만큼 정당하다”며 “녹지제주가 병원을 우선 개설하고 차후에 허가조건에 대한 하자를 다툴 수 있음에도 개설을 늦춘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측 은 “제주특별법에 의해 의료법 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됐으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지 않았다”며 허가 취소와 관련해서도 도지사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맞섰다.

 법원이 20일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분쟁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녹지제주는 녹지병원 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8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만큼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한국 정부에 투자손실 책임을 묻는 ISD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녹지제주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제주도의 허가 취소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ISD를 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녹지그룹이 778억원을 들인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 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8253㎡ 규모로 2017년 7월 완공됐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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