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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방에서 과일향 난다면 흡연 의심해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애플워치, 닌텐도 게임기, 포르쉐 차 키…. 청소년들이 많이 구매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외형이다. 10·20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명품 소비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이런 담배를 요즘 학부모들은 보고도 지나치기 마련이다. USB, 파우더 케이스 모양도 있다. 과일, 초콜릿 같은 향도 난다. 이런 향이 첨가된 액상형 담배를 놓고 지난해 인체 유해성 논란도 일었고, 정부의 사용중지 권고 대책도 나왔다. 청소년기 이른 흡연은 건강과 학업 모두에 ‘마이너스’다. 이성규(사진)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으로부터 신종 담배 감별법을 들어봤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부모들에 전자담배 감별법 조언 #스마트워치·게임기·USB처럼 생겨

이성규

이성규

아이들이 전자담배를 피워도 부모가 알아내기 어려운데.
“흡연 여부를 알 수 없도록 ‘위장’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서다. 시계 모양도 있고, USB 형태도 많다. 제품을 USB 포트에 꽂아서 충전한다. 부모님은 아이 근처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적이 없는데다, 컴퓨터에서 충전 중인 걸 보면 그냥 USB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담배 제품은 어떤 게 있나.
“니코틴 액상 팟을 넣어 들고 다니면 자동차 키로 생각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베이핑) 커다란 기기도 있다. 3세대 전자담배, 탱크형이라고 부른다. 담배 연구만 15년 해온 나도 ‘이런 제품은 한번 써봐야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혹적이다.”
게임기 , USB, 화장 파우더 등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사진 왕준열]

게임기 , USB, 화장 파우더 등 다양한 디자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 [사진 왕준열]

학부모가 알아야할 전자담배 감별법은.
“6가지를 체크해보면 좋다. ▶아이 방에서 과일·초콜릿 등 달콤한 향기가 난다. ▶아이 가방·옷 등에 모르는 전자제품, 안약병이 있다. ▶처음 보는 코일·배터리가 아이 소지품에 있다. ▶평소보다 돈을 많이 쓰고 사용처도 불분명하다. ▶아이 기분이 자주 바뀌고 짜증, 불안 등이 늘었다.(사춘기 증상과 유사하니 주의 필요) ▶자주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등이다.”
청소년 흡연은 성인보다 위험하다는데.
“니코틴이 어린 시기 몸속에 들어오면 성장해야 할 부위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 특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전두엽 부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가 다 성장한 성인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청소년 흡연, 부모 흡연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성규 센터장은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선 어른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개 엄마, 아빠가 흡연자면 자녀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금연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부모는 담배를 피워대면서 아이한테만 끊으라는 식의 ‘내로남불’은 통하지 않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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