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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돌아갈 생각 없었다” 우간다서 27년 헌신한 수녀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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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간다 진자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여혜화 베네딕다 수녀.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우간다 진자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여혜화 베네딕다 수녀.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제 우간다는 제2의 고향입니다.”

아산상 대상 여혜화 베네딕다 수녀 #진료소 짓고 유치원·학교 만들어 #상금 3억…“어려운 이들에 쓰겠다”

여혜화(72) 베네딕다 수녀는 1993년 아프리카 우간다로 떠났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작은 도시 진자에 터를 잡았고 이후 27년간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보살폈다. 여 수녀 덕에 이곳에 병원과 유치원, 학교가 들어섰다. 그는 삶의 3분의 1 이상을 우간다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2회 아산상 대상을 받는다.

여 수녀는 “처음엔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일조차 어려웠다”고 말한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도 했다.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치사율이 가장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질 때도 주민들과 함께 한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삶의 마지막까지 우간다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여 수녀는 1993년 우간다 파견을 자원했다. 친가와 외가 가족 중 신부 6명, 수녀 14명이 있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수도자의 길었다. 대구의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한 그에게 수녀회 측이 유학을 추천했다. 필리핀 성 바오로대학교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파티마병원에서 일하던 중 1984년 소록도병원에 갔다. 이 때 “평생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995년 우간다 진자에 설립된 성 베네딕도 헬스센터는 이곳 성직자들의 활동 소식을 들은 유럽과 미국의 신자들이 보낸 후원금이 토대였다. 여 수녀는 벽돌 한장씩 사서 쌓으며 진료소를 열었다. 운영 책임자로서, 간호사로서 땀을 쏟았다. 주 진료과목은 산부인과·치과 등. 여 수녀는 “출산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선 출산이 그 어떤 병보다 위험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처음엔 의사 월급을 줄 형편이 안 돼 간호 인력만으로 꾸려갔지만, 차차 자리를 잡았다. 이젠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의 환자가 몰린다.

여 수녀는 책상 하나 없던 학교와 유치원을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노는 터전으로 가꾸었다. 현재 학생 수는 700여명. 우간다의 다른 학교보다 학비를 30% 이상 싸게 받는데, 이마저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면제다.

그동안 우간다에 파견된 수녀 대부분이 의무 기간(4년)을 채우고 돌아갔지만 여 수녀는 홀로 남았다. “돌아갈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상금 3억원을 받게 된 그는 “상금은 주님이 주신 특별선물이라, 그분을 위해 쓰고 싶다”며 “오두막 집이라도 내집을 갖고 싶어하는 가난한 농장 일꾼들에게, 그리고 어려운 처지의 이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19년간 파키스탄 사막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며 인술을 실천해온 민형래(54) 원장이 선정됐다. 2006년 지인이 후원한 종자돈을 7년간 4억원으로 불려 2013년 신생아실과 수술실, 검사실, 50여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인 차초로병원(Love & Trust Hospital)을 열었다.

사회봉사상은 장애인·노인·노숙인 등을 위한 복지시설을 세우고 84년간 소외 계층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대표 곽지숙 수녀)에게 돌아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수여하는 아산상은 1989년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에게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단체를 찾아 격려하자는 뜻에서 제정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서울 송파구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홀에서 열린다. 6개 부문 수상자 12명(단체 포함) 이 받는 상금은 모두 7억7000만원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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