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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첫승 삼성 이승민 "구속 욕심 버리고 타이밍 뺏기에 주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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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투수 이승민. [뉴스1]

프로야구 삼성 투수 이승민. [뉴스1]

빠르진 않아도 날카로웠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신인 이승민(20)이 데뷔 첫 승을 거뒀다.

18일 한화전 선발로 5.2이닝 3실점 승리 #140km 못 미쳐도 타이밍 빼앗는 호투

삼성은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5-4로 이겼다. 선발 이승민이 5와 3분의 2이닝 8피안타 3실점했고, 강민호의 만루홈런과 마무리 오승환의 호투를 묶어 3연승(1무 포함)을 이어갔다. 이승민은 프로 데뷔 6경기만에 첫 승을 따냈다.

대구고를 졸업한 좌완 이승민은 올해 2차 4라운드에 지명돼 고향팀 삼성에 입단했다. 6월 초 퓨처스(2군)에서 좋은 내용을 보여줘 6월 13일 KT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으나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째 선발 등판 만에 드디어 프로 첫 승을 올렸다.

경기 뒤 만난 이승민의 표정은 밝았다. 이승민은 "지금까지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기분이 좋다"며 "(1점차 승부라)조마조마했지만 선배님들을 믿고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구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3회까지 무실점한 이승민은 4회에 3점을 내줬다. 하지만 5회 강민호의 만루홈런으로 역전이 되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승민은 "경기 전 강민호 선배님이 '네 공을 던지라. 맞아도 되니까 쫄지 말라'고 하셨다"며 "첫 승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만루홈런이 나오면서) 오늘이 기회란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 전까지 5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던 이승민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승민은 "교체될 줄 알았는데 정현욱 코치님이 1이닝 더 가자고 했다. (주자 2명을 남기고)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승민은 고교 시절부터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었다. 최고시속은 130㎞대 중후반. 고교 1학년 때는 남들보다 힘이 떨어져 유급을 하기도 했다. 어린 투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구속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이승민은 "처음에는 구속 욕심이 있었는데 2군에서 직구를 빠르게 던지려고 하지말고, 빨라 보이게 하는 걸 만들어보려고 하셔서 그걸 연구했다. 완급조절이나 변화구를 섞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투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민은 "어렸을 때부터 대구에서 살았고, 대구에서 자랐다. 어렷을 때부터 야구장 분위기가 좋아서 많이 갔다. 생각만 했는데 꿈에 그리던 팀에서 실제로 뛰고 있어 영광이다"라며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 TV에서만 보던 선배들 보니까 신기했다"고 했다.

공이 느린 좌완이다 보니 그에겐 '제2의 유희관'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승민은 "투구스타일이나 방향에서 배우고 싶은 게 있다. 유희관 선배님처럼 좋은 기록을 세우면서 잘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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