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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사무실의 김대리···PT 하던 화면에선 BTS가 춤을 췄다

중앙일보

입력

2년차 ‘아미(BTS 공식 팬클럽)’ 윤모(25)씨는 거실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김은진(36)씨는 동료들이 퇴근한 사무실에서 응원구호를 따라 외쳤고, 박모(31)씨는 차려 놓은 음식과 함께 아미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눈은 스크린에 고정했다. 윤모(39)씨는 BTS를 좋아하는 딸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춤추고 무릎꿇고 노래까지

윤모(25)씨가 친구와 함께 집에서 BTS 콘서트를 즐기던 중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따라 추고 있다. [윤씨 제공]

윤모(25)씨가 친구와 함께 집에서 BTS 콘서트를 즐기던 중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따라 추고 있다. [윤씨 제공]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 관람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린 이른바 ‘랜선 콘서트’는 관람법도 다양했다. 팬들은 콘서트장이 아닌 집 또는 회사에서 BTS의 무대를 즐겼다.

20대인 윤씨는 이틀간 두 차례 열린 BTS 콘서트의 시청권을 모두 구매했다. 화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데, 가장 저렴한 HD 화질을 기준으로 1회 시청은 4만 9500원, 이틀을 모두 보는 건 9만원이다. 10일 BTS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르기 시작하자 윤씨는 거실 가운데서 이들 안무에 맞춰 춤을 따라 췄다.

그는 “콘서트 시작 전에 친구와 집에서 치킨과 떡볶이를 안주로 놓고 맥주를 마시며 기다렸다”며 “시작한 뒤로는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추고 좋아하는 노래는 무릎을 꿇고 따라 불렀다”고 했다.

"오프라인이면 불가능했을 것"

두 딸의 어머니인 30대 윤씨도 초등학생인 큰딸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딸과 그 친구들은 모두 BTS의 팬이다. 그는 “딸이 BTS 콘서트를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꿈을 이뤄주게 됐다”며 “어린 딸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인데 어찌 보면 온라인 콘서트라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BTS 공식 응원봉(아미밤)을 흔들며 거실 TV로 공연을 즐겼다. 아미밤은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오디오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색이 변한다.

박모(31)씨는 10일 BTS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집에서 콘서트를 봤다. 와인과 맥주를 마셨고, 대형 스크린에,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연결했다. [박씨 제공]

박모(31)씨는 10일 BTS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집에서 콘서트를 봤다. 와인과 맥주를 마셨고, 대형 스크린에,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연결했다. [박씨 제공]

4년차 아미라는 유혜정(23)씨는 혼자 콘서트를 봤다. 유씨는 “안경을 닦으면서 콘서트 시작을 기다렸다”며 “소파에 편히 누워서 보다가 특히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땐 TV로 다가가 바짝 붙어 감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콘서트 주요 장면마다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감동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영화관처럼' 즐겼다 

대형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콘서트를 즐긴 이들도 많았다. 김씨는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사무실에서 콘서트를 즐겼다. 사무실에 설치된 대형 프로젝트를 컴퓨터와 연결해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실제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노래에 맞는 응원구호를 동료들과 외쳤다.

김은진(36)씨는 10일 자신의 사무실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BTS의 온라인콘서트를 즐겼다. 콘서트 시작 당시 음료까지 준비를 끝낸 모습. [김씨 제공]

김은진(36)씨는 10일 자신의 사무실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BTS의 온라인콘서트를 즐겼다. 콘서트 시작 당시 음료까지 준비를 끝낸 모습. [김씨 제공]

김씨는 “아미밤을 흔들고 콘서트에서 ‘떼창’하는 기분으로 동료들과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며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100% 따라갈 수는 없지만 완성도 높은 콘서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과 마시기 위해 와인과 함께 BTS가 광고하는 음료수까지 미리 준비했다.

3년차 아미 박씨는 BTS 팬인 직장 동료 집에 있는 프로젝트를 이용해 콘서트를 봤다. 콘서트 시작 전 BTS와 ARMY라고 적힌 풍선을 불어 집 안을 꾸며놓기도 했다. 콘서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박씨는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BTS가 증강현실을 이용해 팬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콘서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했다.

박모(31)씨는 10일 BTS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집에서 콘서트를 봤다. 콘서트를 파티처럼 분위기 내서 즐기기 위해 풍선을 달아 놓았다. [박씨 제공]

박모(31)씨는 10일 BTS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집에서 콘서트를 봤다. 콘서트를 파티처럼 분위기 내서 즐기기 위해 풍선을 달아 놓았다. [박씨 제공]

전 세계 100만 명이 유료 관람 

이틀간 열린 'BTS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 콘서트는 191개국에서 총 99만 3000명이 시청했다. 시청권으로 거둔 매출만 최소 491억원이다. 걸그룹 이달의소녀가 이달 20일, 여자친구가 30일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랜선 콘서트가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는 추세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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