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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옆 이름 올린 셰프…코로나도 뚫고 인도 5000만 먹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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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4월, 굶주리는 인도인들을 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요리사가 있습니다. ‘인도 요리’ 권위자로 손꼽히는 미슐랭 스타 셰프, 비카스 칸나(49)입니다. 칸나는 미국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Asia Society)가 선정하는 아시아를 빛낸 리더, '아시아 게임체인저 어워드(Asia Game Changer Awards)' 수상자 명단에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나란히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도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슐랭 스타셰프 비카스 칸나(오른쪽)와 2011년 세상을 떠난 그의 할머니. [@TheVikas Khanna 트위터 캡처]

인도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슐랭 스타셰프 비카스 칸나(오른쪽)와 2011년 세상을 떠난 그의 할머니. [@TheVikas Khanna 트위터 캡처]

인도 출신인 칸나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요리사입니다. 그는 인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인도를 먹이자’(Feed India)는 캠페인입니다. 지난 6개월간 인도 125개 도시에 5000만 끼니가 넘는 음식을  공급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의 '공짜 밥'을 나눠줬지만 칸나는 정작 인도 현지에는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내려진 이동제한 조치 때문입니다. 대신 230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스타셰프 답게 SNS를 활용했습니다. 그의 요청에 일반인부터 식재료 공급업자, 요리사까지 약 1000명이 호응했습니다. 칸나는 “코로나19에도 여전히 연대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비카스 칸나가 4월부터 시작한 '인도를 먹이자'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사태로 굶주리고 있는 인도 사라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칸나는 인스타그램 등에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고 봉사자들고 소통한다. [@VikasKhannaGroup인스타그램캡처]

비카스 칸나가 4월부터 시작한 '인도를 먹이자'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사태로 굶주리고 있는 인도 사라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칸나는 인스타그램 등에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고 봉사자들고 소통한다. [@VikasKhannaGroup인스타그램캡처]

4월 3일 첫 급식소를 열 때만 해도 이 캠페인은 소규모 민간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인도 국가재난대응군(NDRF)이 참여하고 나서면서 민관 합동 사업으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미국 식품기업인 퀘이커 오츠(Quaker Oats)·인도 곡물업체 인디아게이트(India Gate) 등 기업도 나섰습니다. NDRF는 이동제한 조치속에서 난관을 겪던 유통 문제를 풀어줬고, 대기업들은 식재료를 댔습니다. 덕분에 봉쇄령으로 고립된 지역까지 질 좋은 식사를 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위기 때마다 힘이 된 가족

따지고 보면 칸나도 코로나19의 피해자입니다. 뉴욕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큰 타격을 입었고, 계획했던 사업도 줄줄이 무산돼 경영난을 겪었죠. 그 역시 한동안 무력감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를 일으킨 건 어머니였습니다. 칸나의 어머니는 인도에 홀로 남아계신데요. 칸나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인도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지금이야말로 가난한 사람을 도울 기회”라며 그의 계획에 힘을 불어넣었고요.

비카스 칸나(오른쪽)와 어머니 빈두 칸나. 칸나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난한 사람을 돕는 요리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고 말한다. [@Vikas Khanna Group 인스타그램 캡처]

비카스 칸나(오른쪽)와 어머니 빈두 칸나. 칸나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난한 사람을 돕는 요리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고 말한다. [@Vikas Khanna Group 인스타그램 캡처]

각종 난관에 중간에 포기하려 할 때도 어머니의 독려가 힘이 됐습니다. 칸나가 식료품 유통 문제로 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나는 너를 SNS에서 인기나 얻는 요리사로 키우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죠. 그 말에 칸나는 초심을 다잡았다네요.

칸나는 선천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휘는 ‘내반족(Clubfeet)’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는 평생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놀림거리가 되곤 했죠.

그때마다 그는 요리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일찌감치 칸나의 재능을 알아본 할머니가 그를 요리사의 길로 안내했습니다. 그는 13살 때부터 인도 시크교 최대성지인 암리차르의 황금 사원 식당에서 일했습니다. 수 백명의 식사를 만들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재미를 배웠다고 합니다.

“스타 셰프보다는 봉사하는 요리사로 불리고 싶다”

칸나에게 요리는 늘 모험입니다. 인도 뭄바이의 타지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그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인도에서의 안정적 삶을 포기하고 접시 닦기·음식 배달·주방 보조 등 요리의 기초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인도를 먹이자' 캠페인의 도움으로 식사를 배급받은 인도의 아이들. 칸나는 인스타그램 등에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고 봉사자들고 소통한다. [@VikasKhannaGroup인스타그램캡처]

'인도를 먹이자' 캠페인의 도움으로 식사를 배급받은 인도의 아이들. 칸나는 인스타그램 등에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고 봉사자들고 소통한다. [@VikasKhannaGroup인스타그램캡처]

5년 뒤 그는 뉴욕 한복판에서 음식 학교와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진행하는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굴곡도 많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후 그는 프랑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서양인 입맛에 맞춘 인도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12월 뉴욕에 연 인도 전문 레스토랑은 그를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식당을 연 지 10개월 만에 미슐랭 스타 셰프에 이름을 올렸고, 지금은 요리사 겸 작가·TV프로그램 진행자·영화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칸나는 아시아 게임체인저 어워드 수상 소식에 “지난 30년간 요리사가 되기 위해 달려 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가난한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일은 내 숙명”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또 “스타 셰프라는 수식어보다 남을 돕는 요리사로 불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칸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인도를 먹이자’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인도를 넘어 세계 기아 문제 해결이라는 새 꿈을 안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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