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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플로맷 “바이든 승리한다고 한미관계 풀리진 않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유력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한미관계가 개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한국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에서 전략개념을 연구하는 유지훈 소령과 미 정치전문가인 김지윤 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등이 지난 7일 기고한 글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 [로이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 [로이터]

기고문은 국제관계 분야의 석학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로버트 저비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미 중앙정보국(CIA) 수석분석관이었던 박정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밖에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부 고위 관료와 전·현직 주한미대사 등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다. 저자들은 이를 토대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약화하겠지만 수면 아래에 있던 또다른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훈 해군 소령 등 韓 연구자 기고 #美 관료·학자 등 인터뷰 토대로 분석 #"北·中·日 관계 놓고 압박 커질 수도” #"미군 철수·방위비 인상 압박은 줄 듯"

대북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상 간 대화를 통한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은 북미 관계에서 원칙론을 강조한다. 이 경우 미 행정부가 지금보다 수위 높은 대북 압박에 나설 수 있어 대화를 중시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저자들은 또 “바이든 후보가 제안한 외교 정책에는 ‘전세계 인권과 민주주의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런 비전은 살인적이고(murderous), 잔혹하며(brutal), 무자비한(ruthless) 것으로 묘사된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한·미간 엇갈리는 속내는 2000년대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 사이의 긴장을 연상케 한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대중(對中) 전략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봤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까지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바이든 후보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국가들과의 단합된 전선’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중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은 전보다 더 미국과의 결속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관측했다.

저자들은 또 한·일 관계를 놓고서도 긴장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자 공동주의'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동북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간 의견 불일치에 인내심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저자들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 한미동맹 악화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전세계 미군 철수를 감행하려 하는 데 대해 바이든 후보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철회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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