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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해 안간다"면서···옵티머스 20억 투자한 농어촌공사

중앙일보

입력

“그럴 수가 있나?”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이해가 안 간다”

NH증권 통화 당일 20억 투자 확약해

농어촌공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 상품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품고도 상품 안내를 받은 당일에 바로 투자를 확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총 30억원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은 뒤 실제로는 위험자산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처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처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공공기관에서 어음 발행?" 의문 

13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농어촌공사 투자 실무담당자와 상품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공사 관계자는 수차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상품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NH투자증권 측이 “농어촌공사도 매출채권 형태로 (어음을)발행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농어촌공사에 입찰제안서를 전달한 다음날인 지난 1월 8일 처음 “옵티머스크리에이터(옵티머스운용)라고 하는 상품을 잡아놨다”며 “확정금리(상품)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공사 관계자가 “(상품내용 가운데)확정매출채권이란 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NH투자증권 측은 “공공기관에서 나중에 매출대금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사 관계자는 “매출채권은 공사가 완료된 후에나 발생하는 것”이라며 “설명해준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 공공기관에서 돈을 주려면 공사가 완료되거나 일부 기성이 확인된 후에 대금을 주는데 계약을 했다고 해서 돈을 줄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반 공공기관에서 어음을 발행하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측은 “그렇다. 부분완공이 되면 그때그때 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공사, 환경공단, 부산항만공사가 12월 말에 들어가 있는 매출채권”이라며 구체적인 공공기관명을 밝혔다. 실제로는 옵티머스운용은 이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어촌공사는 이날 통화에서 바로 옵티머스운용에 2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공사 관계자가 “만약 위험이 있다고 하면 조기상환에 따른 기한이익 상실 정도고, 그런 사항 외에는 확정금리라는 건가”라고 묻자 NH투자증권 측은 “네, 거의 확정금리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40억 정도(투자하고 싶다)”라고 제안했으나, NH투자증권이 "물량 확보가 어렵다"고 해 20억원으로 투자규모를 줄였다.

투자제안서 확인 없이 졸속 결정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십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투자제안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통화로부터 약 한 달 반 후인 2월 27일 처음 NH투자증권에 “투자제안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농어촌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 이사회는 제안서 도착 당일 바로 회의를 열어 투자를 승인했다. 공사 측은 투자제안서를 받기 전인 2월 14일 “(투자)대기를 걸어달라”며 같은 상품에 연달아 투자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야권에선 이 같은 투자결정과정이 ‘졸속’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인식 농어촌공사 사장은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NH투자증권이 수익률을)2.8%로 안정되게 해준다는 걸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농어촌공사가 의구심이 들었으면 토지공사 등에 한 번 전화해서 확인해봤으면 됐을 일”이라며 “녹취록에 따르면 이런 기본적 사실확인조차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안병길 의원은 “NH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펀드사기의 주체가 됐고, 농어촌공사는 부실한 검증을 했다”며 “천문학적 금액 사기행각에 개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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