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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알아듣고 전화 걸어주는 ‘폰 안의 AI비서’ 이젠 랩도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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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이, 빅스비. 랩해줘”라고 요청하자 “저의 삶에 대해 가사를 써봤어요”라고 답하는 빅스비. 그리고 “폰 속의 삶도 비슷비슷해. 가끔은 여기도 지긋지긋해”로 시작하는 폭풍 랩핑이 이어진다.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능 어디까지 #삼성·LG폰 AI, 이용자 패턴 학습 #감정 실린 목소리까지 배워 응답 #통신사 SKT, 누구+T전화 결합 #고객 취향 파악해 음식·음악 추천 #이용자 편익 적고 보안 우려 여전

#“시리야, 끝말잇기 게임하자”라고 제안하자 “네, 제가 먼저 할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시리가 내뱉은 첫 단어는 “과녁.” 게임 종료.

스마트폰 음성인식

스마트폰 음성인식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애플·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운영시스템(OS)을 제공하는 구글에서도 AI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국내 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도 자사 AI 플랫폼을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음성으로 조정하는 ‘폰 안의 AI 비서’는 2011년 애플이 아이폰에 시리(Siri)를 탑재하면서 대중화됐다. 이듬해 구글이 ‘구글 나우’를, 2017년 아마존이 알렉사 앱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기능도 진화했다. 초기에는 음성 인식 오류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매끄러운 자연어 처리뿐 아니라 이미지 인식까지 가능하다. 알렉사는 ‘감정이 실린 목소리’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분위기를 맞추는 수준까지 이르렀단 의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사 단말기에 최적화된 AI를 탑재해 내놓고 있다. 삼성 빅스비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배터리 등 기기 관리에 특장점이 있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장소·시간·상황에 따라 자주 사용하던 설정대로 스마트폰 기능을 세팅한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스마트폰 안에 AI 프로그램을 집어넣었다. 12일 SK텔레콤은 자사 AI 플랫폼 ‘누구(NUGU)’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T전화’를 결합한 지능형 전화 서비스 ‘T전화X누구’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음성만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투데이’ 서비스도 내놨다. 스마트폰 이용 패턴·위치·날씨·시간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 맞춤형 뉴스, 음악, 음식메뉴 등의 콘텐트를 추천한다.

SK텔레콤은 애플의 시리나 삼성전자 빅스비 등 타 AI 플랫폼과는 차별화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빅스비 등은 제조사 기반으로 하드웨어를 보완한다는 시각에서 AI에 접근하지만, 통신사는 T맵이나 인터넷TV(IPTV) 등 메인 서비스에 AI 비서가 결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AI 탑재로 AI 기능 고도화·지능화는 빨라질 수 있으나 이용자 편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인공지능학회(AAAI)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 등을 세 차례 수상한 AI 전문가인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애플·구글은 물론 SK텔레콤의 AI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AI라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음성명령으로 ‘○○에게 전화 걸어줘’ 같은 기능은 20년 전 휴대전화에도 구현됐지만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았다”면서 “사람들이 어떤 기능을 선호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AI 기능을 통한 소비자 편익과 폐해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는 배달음식 주문하기 쉬워지는 정도의 편익을 취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느껴야 한다면 스마트폰 AI 탑재는 반길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면서 “정부가 AI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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