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고소득·고신용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신용대출을 조절하라는 금융당국의 잇따른 경고에 따른 후속조치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고소득·고신용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의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신용대출 관리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조정했다.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는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신한은행은 19일부터 일부 전문직군의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300%에서 200%로 낮춘다. 한도가 없던 전문직 마이너스 통장에 1억원의 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8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2일부터 금융기관 종사자와 의사 등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했다.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도 0.10∼0.20%포인트 낮춘다. 우리은행도 지난 6일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은행들이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 한도 등을 먼저 줄인 건 금융당국의 경고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4일 주요 시중 은행 대출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신용대출의 급증 원인으로 고소득·고신용자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을 꼽으며, 각 은행별로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은 자율적인 관리방안을 제출하라 했지만, 금융당국이 원하는대로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부터 줄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음 타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범위 확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DSR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13일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13일 "머지않아 DSR 규제에 대한 확실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R은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때만 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적용 받고 있다. DSR 규제가 신용대출 등으로 확대되면 저소득층이나 소득증빙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힘들어 진다. 이 때문에 윤 원장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저희는 사실 조금 타이트하게 가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취약계층, 저소득층에게 자금이 혹시라도 충분히 못 갈까 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