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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두고 中드론만 팬다···중동·중앙亞 1위 노린 터키

중앙일보

입력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지난 9월 28일 중앙아시아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의 군용 무인기(드론)가 발사한 터키제 UMTAS(움타스) 대전차 미사일에 아르메니아의 러시아제 T-72 탱크가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이다.

아제르바이잔 군의 TB-2가 아르메니아의 탱크를 겨냥하는 모습.[아르멘프레스 캡처]

아제르바이잔 군의 TB-2가 아르메니아의 탱크를 겨냥하는 모습.[아르멘프레스 캡처]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을 놓고 이웃 아르메니아와 전면전에 가까운 전투 중이다. 자신들의 우세를 주장하기 드론 폭격 영상을 공개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터키 TRT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런 (드론) 능력을 얻지 못했다면 아마 (아르메니아가 30년간 쌓은) 탱크와 포대 등을 파괴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이 공개한 TB-2 공격영상. [사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

아제르바이잔이 공개한 TB-2 공격영상. [사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

이 드론, 생산한 국가는 따로 있다. 

TB-2드론. [사진 위키피디아]

TB-2드론. [사진 위키피디아]

터키다. 작전에 쓰인 드론은 터키 바이락타르사가 제조한 TB-2다. 2010년대에 개발된 중고도 드론이다. 장거리 MAM 유도미사일, 움타스 미사일 등을 장착한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는 “아제르바이잔의 드론 폭격은 터키가 주목할만한 드론 제조국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며 “미국·이스라엘·중국 등 기존 드론 생산국과 시장에서 경쟁 중”이라고 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터키의 경쟁국은 하나다.

어디일까. 터키 드론을 사는 국가를 보면 안다.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지역으로 보면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다. 바이락타르가 만든 TB-2 드론은 아제르바이잔 뿐 아니라 리비아, 카타르, 우크라이나에 수출되고 있다. 또 다른 터키 방산기업인 터키항공우주(TAI)도 지난 3월 튀니지 정부와 240만 달러(약 28억원)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가 보도했다. TAI의 드론 ANKA-S 6대와 3개의 지상통제소를 수출하고, 기술이전도 해주는 조건이다.

그런데 여기. 중국 드론이 터줏대감이다.

이라크의 CH-4 드론.[유튜브 캡처]

이라크의 CH-4 드론.[유튜브 캡처]

2012년 이라크는 중국의 CH-4 드론을 도입했다. 이를 테러집단 IS 소탕에 잘 활용했다. 이라크의 성공 사례에 중동 각국이 경쟁적으로 중국 드론을 샀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요르단, 이집트 등이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이룽 II(翼龍 II) 드론 30대를 사들이고, CH-4 생산공장도 자국에 지었다. 파키스탄과 미얀마에 이은 3번째 현지생산 사례다. 튀니지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도 중국 드론을 많이 샀다.

터키의 국방·비행 분야 수출 변화.[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터키의 국방·비행 분야 수출 변화.[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하지만 터키의 급부상으로 시장 흐름이 최근 바뀌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 5일 TB-2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중국 CH-92A 드론을 유럽 국가 최초로 도입한 지 3개월 만이다.

터키와 중국 드론이 맞붙기까지 한다. 유엔에 따르면 리비아 내전에 정부군은 터키, 동부 반군은 중국 드론을 쓰고 있다. 닛케이는 “터키 드론의 등장으로 이 지역의 세력 균형이 흔들린다”고 평가할 정도다.

현재로썬 중국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중국 CH-4드론. [사진 셔터스톡]

중국 CH-4드론. [사진 셔터스톡]

왜 그런지 보자. 중국 드론이 중동·아프리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드론 강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덕분이다. 두 나라가 자국 드론을 수출하지 않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에 지역 분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때 중국이 제품 판매에 나선 거다.

ANKA 드론.[TAI 홈페이지 캡처]

ANKA 드론.[TAI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는 터키도 비슷하다. 이스라엘과 미국산 드론에 의존했던 터키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들 국가로부터 드론을 살 수 없자 자체 제작에 나섰다. 터키산 드론은 쿠르드 무장세력과의 전투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기술력을 높였다.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올렸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터키 드론은 두 전장의 전세를 바꿨다”고 평가한다. 이를 본 다른 나라들이 터키 드론 수입에 나선 거다.

TB-2드론. [사진 위키피디아]

TB-2드론. [사진 위키피디아]

같은 조건이면 나와 ‘동색(同色)’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군사전문가 아르다메블루토글루는 닛케이에 “(드론 시장에서) 중국은 터키의 가장 큰 라이벌이 분명하다”면서도 “터키는 같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국가들과 문화적, 정치적, 군사적 관계를 (중국보다) 깊게 맺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관리도 잘하는 모양이다. 닛케이는 터키 현지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터키 드론은 중국 드론보다는 비싼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 드론은 터키 드론보다 애프터서비스(AS)에 소홀하다”고 평가했다.

ANKA 드론. [TAI 홈페이지 캡처]

ANKA 드론. [TAI 홈페이지 캡처]

터키와 중국의 드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멜코틸 TAI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에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및 필리핀 등을 판매 시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도 잠재적 시장으로 여기는 곳이다.다만 변수는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터키 ANKA 드론.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미국은 7월 자국산 드론 수출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했다. 업계 최고 품질의 미국산 드론이 시장에 다시 나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CH-4. [신화망 캡처]

CH-4. [신화망 캡처]

터키와 중국이 아예 드론을 못 만들 수도 있다. 캐나다는 최근 자국의 드론 기술이 아제르바이잔 전투에 사용됐다며 터키에 드론 부품 수출을 중단했다. 중국 역시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에 하듯 드론 부품에 경제 제재를 한다면 생산이 힘들어진다. 두 나라 모두 군용 드론의 완전 국산화를 추진 중이지만 짧은 시간에 이를 이루긴 쉽지 않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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