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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野 과방위 국감지령 "文실정 집중하라, 정책은 심야에 물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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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정감사 질의는 ‘문재인 정권 실정’ 비판에 집중하라.”

국민의힘 일부 상임위 소속 보좌진이 12일 이 같은 지시사항을 받았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은 이날 오전 다음과 같은 요청사항을 당 소속 위원 등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오늘(10. 12. 08시 국감초반 점검회의) 원내대표님 요청사항을 전달합니다’

① 국감 질의는 ‘문재인 정권 실정 비판’에 집중.
② 우수 국감 선정 기준도 ‘문재인 정권 실정 비판’을 우선 순위로 할 것.
③ 이슈에 대해 팀워크, 팀플레이로 질의하고, 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끈질기게 질의해 의혹을 규명할 것.
④ 정책 질의는 가능하면 오전이나 오후보다는 심야에 할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수도권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감에서 정부 잘못을 찾아내 비판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렇게 국감 2주차에 접어들어 정부 비판을 우수 국감 최우선 순위에 둔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건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아직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한방 거리가 없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반발 기류도 있다. 정책 질의를 심야에 하라는 요구를 두고서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대안 정당,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이기 위해선 날카로운 정책 질의도 중요한데 이런 걸 주목도가 떨어지는 한밤 중에 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정권 흔들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면 되레 역효과가 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 없는데 누가 내 요청사항이라고 이런 걸 의원실 과방위 소속 보좌진에 전파한 지 모르겠다”며 “특히 정책질의는 심야에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내 생각과도 다르고 내가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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