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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화주시면 내려갈것" 파산직전 옵티머스 챙긴 금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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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은 2017년 12월 19일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 직원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통화 녹취록의 전화번호는 금융위 자산운용과 내선 번호라고 한다.

옵티머스는 해당 날짜에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사후승인을 신청했다. 2017년 11월 옵티머스의 최대주주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에서 양호 전 나라은행장(전 옵티머스 고문)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 전 은행장이 옵티머스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담보권의 실행, 대물변제의 수령, 증권의 인수업무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될 경우 주식을 취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금융위의 사후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금융위 직원은 김 대표가 금융위 청사로 오면 1층으로 내려가서 접수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금융위 담당자가 직접 서류 접수부터 챙겨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녹취록(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 제공)

금융위 직원 : 저희가 A선임하고 말씀해봤고 서류는 다 준비가 되신 거죠? 혹시 거기 옵티머스가 주소가 어디죠?

김재현 대표 : 삼성동입니다

금융위 직원 : 아, 오시려면 시간이 좀 걸리시긴 하시겠네요. 오늘은 혹시 어려우신가요? (서류를) 갖추시면 한 5시까지 오실 수 있으세요?

김 대표 : 예

금융위 직원: 어디신 줄 아시죠. 정부서울청사 민원실 1층 오셔서 저한테 전화주시면 제가 내려가서 접수받도록 하겠습니다.

김 대표 : 네

녹취록에는 양 전 은행장의 이름도 등장한다.

녹취록(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 제공)

금융위 직원 : 그 서류 갖고 오실 때 공문이랑 신청서 있으시잖아요. 그것 오늘 날짜로...부탁드리겠습니다.

김 대표 : 금감원에 제출한 12월 5일로 돼 있는데

금융위 직원 : 그거 날짜 너무 앞이죠.

김 대표 : 공란으로 받아놓은 게 있으니까, 양호 회장님께 받아서 준비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 직원 : 혹시나 변동사항 있으면 저한테 연락해주시면 되요. 이 번호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강민국 의원은 "금융위 직원이 소규모 자산운용사의 서류 승인 신청을 위해 직접 1층 민원실까지 내려가서 받아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나"라며 "특히 금융위 직원도 양호 회장을 알고 있다는 정황이 등장하는데, 이는 금융위 윗선과 관계가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융위가 부실 자산운용사였던 옵티머스가 대주주 변경 신청을 할 때 회사 상태를 더 꼼꼼히 따졌다면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김 대표도 "영업정지까지 나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강 의원은 "금융위가 옥석 가리기를 해 회사 상태를 잘 살폈다면 옵티머스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이 전 대표의 고소와 진정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금융위가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옵티머스로부터 서류를 받아주거나 한적은 전혀 없다고 한다"라며 "당시 김 대표의 질권 실행을 통해 대주주가 변경된 것이고, 이는 지배구조법에 따른 사후신청 요건"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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