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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나빠 안팔리는 알뜰폰, 대리점에 강매…티브로드 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리점에 ‘알뜰폰 밀어내기’를 하고 수수료 지급 기준도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바꾼 SK브로드밴드(당시 티브로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11일 공정위는 유료방송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억5100만원을 물렸다. 브로드밴드노원방송엔 시정 명령을 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SK브로드밴드에 합병되기 전인 2013년 티브로드는 품질과 성능이 나빠 팔리지 않고 쌓여있던 알뜰폰을 대리점에 강매했다. 대리점 현장 직원이 사용하던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를 알뜰폰으로 교체하도록 강요했고, 대리점에 교체 실적표를 배포한 다음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압박했다. 대리점은 억지로 악성 재고였던 알뜰폰 535대를 떠안았다.

지급 받은 알뜰폰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현장 직원 불만이 컸고, 이에 따른 알뜰폰 해지(194대) 위약금도 대리점이 부담했다. 현장 직원이 알뜰폰 대신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할 때 들어가는 통신비 역시 대리점이 내야 했다.

티브로드(현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 기준을 일방적으로 바꿨다. 2016년과 똑같은 수수료를 2017년 받으려면 대리점은 유치 실적을 약 20%(전년 대비) 늘려야 했다. 실적이 여기에 못 미치면 무조건 수수료가 줄어드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26곳 대리점 가운데 20곳의 수수료가 전년보다 줄었고, 총 감소액은 18억3700만원에 달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 문건을 보면, 티브로드는 수수료 지급 제도를 바꾸면 상당수 대리점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빠질 것을 예상하고도 기준 변경을 강행했다.

SK브로드밴드 로고. [중앙DB]

SK브로드밴드 로고. [중앙DB]

티브로드가 대리점에 한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기존 대리점이 이용하고 있던 자사 디지털방송 30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35회선을 신규 대리점이 이어서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명의만 바꾸는 형식으로 해서 3년 약정 기간을 다 채우게 했다. 신규 대리점은 직접 사용하지도 않고 영업에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상품 대금을 부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리점이 억지로 낸 이용대금은 2년6개월에 걸쳐 1576만5000원에 이른다.

석동수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대리점을 대상으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법 위반 행위가 있었고,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수수료 지급 기준 변경”이라며 “외형상으로는 대리점 간 경쟁 촉진, 실적에 대한 보상으로 포장하고 실제로는 수수료 총액 절감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적발했으며 이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 과장은 “유료방송 사업자는 보통 대리점 통해 고객 유치, 사후 관리 서비스 등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갈 것이며, 적발되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위반 사항은 티브로드와 티브로드노원방송이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에 각각 인수ㆍ합병되기 전 발생한 일이다. 티브로드는 올 5월 SK브로브밴드에 흡수 합병됐고, 자회사인 티브로드노원방송은 지난해 4월 SK텔레콤이 인수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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