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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에 힙합바지…골프복도 아재 패션은 싫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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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패션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유일하게 골프복이 호황이다.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진 데다, 코로나19로 야외 운동인 골프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젊은 골프웨어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2030 겨냥한 젊은 골프웨어 눈길 #넉넉한 후드 티, 레깅스 패션도 등장

젊은 골퍼들이 늘면서 골프웨어도 젊어지고 있다. 기존 공식에서 탈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골프웨어가 환영받는다. 사진 더블 플래그

젊은 골퍼들이 늘면서 골프웨어도 젊어지고 있다. 기존 공식에서 탈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골프웨어가 환영받는다. 사진 더블 플래그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가 속속 론칭 중이다. LF가 지난 8월 론칭한 ‘더블 플래그’는 일명 스트리트 캐주얼 골프복으로 2030이 좋아할만한 힙합 스타일의 넉넉한 실루엣과 로고 플레이가 특징이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에 입점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닥스골프’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3040 라인의 ‘닥스 런던’을 출시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골프복으로 젊은 고객을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 제품에 로고 노출을 최소화하고, 제품 가격을 기존 닥스골프보다 30% 정도 낮춰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

무채색 위주의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젊은 골프복도 늘었다. 사진 닥스 런던

무채색 위주의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젊은 골프복도 늘었다. 사진 닥스 런던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지난 5월 골프 전문 온라인 편집숍 ‘더 카트 골프’를 오픈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2535 골퍼들을 겨냥한 온라인 편집숍이다. 다양한 골프 브랜드를 선별·소개하는 것은 물론, 트렌디한 골프웨어 스타일 콘텐트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더 카트 골프의 자체 브랜드 ‘더 카트’를 출시했다. 남다른 스타일과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골퍼가 주 타깃으로 골프와 일상을 넘나드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이 특징이다. 지난 9월 론칭한 여성 골프웨어 브랜드 ‘마이컬러이즈’도 지나치게 멋 부리지 않은 세련된 컬러와 단순한 실루엣으로 필드뿐만 아니라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했다.

필드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더리스'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젊은 골프웨어의 주요 특징이다. 사진 더 카트

필드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더리스'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젊은 골프웨어의 주요 특징이다. 사진 더 카트

젊은 골퍼들을 겨냥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명확하다. 일단 스타일면에서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 코드를 넣었다. 기존 골프웨어에선 볼 수 없었던 넉넉한 실루엣과 경쾌한 로고 플레이, 무채색으로 세련미를 더하는 식이다. 로고가 앞면에 크게 수놓인 오버사이즈 후드 티셔츠 또는 아예 어떤 로고도 없는 단순한 스타일의 바람막이 점퍼, 조거팬츠, 스냅백 등이 대표적인 예다. 덕분에 일상복으로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많다. 이 같은 스타일은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2030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유효하다. 최효선 LF 골프사업부 마케터는 “필드와 일상의 트레이닝을 겸하는 하이브리드형 골프웨어가 대세”라며 “한 개의 아이템에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똑똑한 골프웨어가 인기”라고 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타일이 많다. 사진 더블 플래그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타일이 많다. 사진 더블 플래그

골프웨어로 레깅스를 선보인 곳도 있다. 한성에프아이의 ‘레노마 골프’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주력 제품으로 레깅스 골프웨어를 선보였다. 달리기나 요가를 할 때 입는 레깅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축성 있는 디자인이다. 지혜원 레노마 골프 홍보 담당자는 “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 등 실내에서 운동하는 젊은 여성 골퍼들에게 제안하는 제품”이라며 “이들에게 레깅스는 워낙 친숙한 패션 아이템인 데다 스윙 동작 시 움직임이 편안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레깅스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젝시믹스’는 최근 스커트 레깅스를 주요 아이템으로 한 골프웨어 콘셉트의 화보를 제작했다. 배꼽이 보일 정도로 길이가 짧은 크롭 티셔츠에 플레어 스커트 레깅스를 더한 경쾌한 스타일이다.

검정색 레깅스에 바람막이로 새로운 골프웨어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사진 레노마 골프

검정색 레깅스에 바람막이로 새로운 골프웨어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사진 레노마 골프

유통 전략도 다르다. 백화점이나 가두점 등 오프라인 위주로 흘러갔던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와는 달리 2030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다. 무신사‧W컨셉‧29CM 등 기존 온라인 패션 강자들도 골프웨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무채색으로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골프웨어를 선보이는 마이컬러이즈. 사진 마이컬러이즈

무채색으로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골프웨어를 선보이는 마이컬러이즈. 사진 마이컬러이즈

골프 관련 소비시장 자체도 커졌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올해 5월~9월 골프웨어 브랜드 ‘왁’은 170%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비와이엔블랙야크가 전개하는 젊은 골프웨어 브랜드 ‘힐크릭’ 역시 올해 10월(8일 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66% 신장했다. 권화영 힐크릭 디자인실 실장은 “과거 중장년층의 고급 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가 대중화되고, 스크린 골프 등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시도가 늘면서 골프웨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젊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웨어 시장은 지난 2014년 2조8000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5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패턴의 트랙수트와 조거 팬츠 스타일의 팬츠가 젊은 감성을 돋보이게 한다. 사진 힐크릭

그래픽 패턴의 트랙수트와 조거 팬츠 스타일의 팬츠가 젊은 감성을 돋보이게 한다. 사진 힐크릭

한편, 젊어지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파격적인 골프 패션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특히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지 않는 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고급 스포츠를 지향했던 만큼 레깅스나 조거팬츠 등 지나치게 편한 복장에 대해선 반응이 나뉜다. '연습장이나 스크린에서 레깅스 팬츠를 입는 것은 괜찮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보수적 성향의 골퍼들이 많아 괴리감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골프도 운동의 한 종류인 만큼 편하고 활동적인 복장이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코오롱FnC 골프사업부 관계자는 “캐주얼화된 골프웨어는 필드와 일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젊은 골퍼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며 “최근 많은 골프장에서 반바지를 허용하는 등 캐주얼 차림에 한 걸음 다가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효선 LF 골프사업부 마케터 역시 “캐주얼 골프웨어는 골프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중 하나”라며 “골프웨어가 파격적으로 변화한다기보다 확장된다는 개념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배꼽이 보일 정도로 짧은 크롭 피케 톱과 레깅스 스커트를 매치한 파격적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젝시믹스

배꼽이 보일 정도로 짧은 크롭 피케 톱과 레깅스 스커트를 매치한 파격적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젝시믹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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