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부럼

중앙일보

입력

오는 26일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아침에 일어나 피부병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깨물어 먹게 될 부럼.

오곡밥.약밥.묵은 나물과 함께 대보름의 대표 식품인 부럼.'부스럼'의 준말이자 호두.밤.잣 등 껍질이 딱딱한 견과(堅果)류의 총칭(부럼 중 땅콩은 콩류)이다.

부럼을 앞에 두고 "모두 살로 갈텐데…"하며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근거있는 고민이다.

부럼은 크기에 비해 열량이 높고 지방이 많이 들어있다.부럼의 열량은 1백g당 5백50㎉ 이상이다. 밤만 예외적으로 1백g당 1백70㎉로 같은 양의 쌀밥(1백40㎉)과 비슷한 열량이다.

이 열량의 75%는 지방에서 나온다(밤은 8%). 따라서 현재 체중을 유지하고 싶다면 부럼을 '먹고 또 먹는'것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부럼을 적당히 즐긴다면 영양식품으로 손색이 없다.특히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단백질과 무기질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쿠키나 칩,적색육(赤色肉)대신 부럼을 먹는 것은 영양적으로 '남는'거래다.

부럼의 지방은 대부분이 '좋은 지방'으로 통하는 불포화지방이다.적색육이나 낙농제품에 든 포화지방과는 달리 불포화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기까지 한다.

채식주의자 3만1천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 부럼을 하루 50g씩 매주 5번 이상 먹은 사람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첫번째 심장마비가 오는 연령이 5년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 여성 4만명을 조사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부럼을 많이 먹는 사람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일절 안먹는 사람보다 60%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럼에는 비타민B1.E, 니아신.엽산 등 비타민이 풍부하다.철.망간.마그네슘.구리.셀레늄 등 무기질도 들어 있다.무기질과 비타민B1은 곱고 윤기있는 피부를 선물,대보름에 부럼을 먹는 것이 조상들의 지혜임을 보여준다.

모든 부럼에서 발견되는 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항(抗)산화물질로 암과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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