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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 의장'인 민주평통, 이혁진 美주소 알고도 안 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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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9월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자문위원들의 발표를 듣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서 옵티머스 자산운용 전 대표인 이혁진씨의 아내는 지난해 민주평통 19기 해외 자문위원으로 임명됐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9월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자문위원들의 발표를 듣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서 옵티머스 자산운용 전 대표인 이혁진씨의 아내는 지난해 민주평통 19기 해외 자문위원으로 임명됐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대통령 직속 통일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인 이혁진(53)씨의 미국 내 거주지를 파악하고도 사법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민주평통에서 제출받은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 및 주소’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자문위원은 총 60명인데 그 중 한명이 이씨의 아내 임모씨였다. 임씨의 거주지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사라토가 지역의 주택가로 돼 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임씨가 민주평통에 제출한 자문위원 등록신청 서류에 상세 거주지가 적혀 있었다”며 “부부가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 민주평통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고, 이씨가 인근에서 사업 중인 것으로 볼 때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문 대통령 명의의 위촉장을 받았다.

민주평통이 제출한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 자문위원의 명단과 주소. 노란색 처리 부분이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다. 주소와 이름은 삭제 처리했다. [정진석 의원실 제공]

민주평통이 제출한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 자문위원의 명단과 주소. 노란색 처리 부분이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다. 주소와 이름은 삭제 처리했다. [정진석 의원실 제공]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미국 주택가의 부동산 시세. 이 지역엔 총 8곳의 주택이 모여 있는데, 주택 시세는 약 250만~360만 달러(29~42억원) 대로 형성돼 있다. 주택 사진과 주소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미국 부동산 사이트 캡쳐]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미국 주택가의 부동산 시세. 이 지역엔 총 8곳의 주택이 모여 있는데, 주택 시세는 약 250만~360만 달러(29~42억원) 대로 형성돼 있다. 주택 사진과 주소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미국 부동산 사이트 캡쳐]

정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는 임씨 거주지가 코트(ctㆍ로드, 스트리트 같은 미국의 도로명) 단위까지 표기돼 있었다. 약 80m 길이의 주택가로 8개 주택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이 중 한 곳이 임씨 집으로 추정된다. 미국 부동산 사이트에서 8개 주택 시세를 검색해보니 약 250만~360만 달러(29억~42억원)대였다. 임씨 소유인지, 임차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민주평통은 “이씨의 소재가 배우자 주소로 확인되는데 사법기관에 보고했느냐”는 의원실 질문에 “자문위원 본인(임씨)이 아닌 제3자(이혁진)의 소재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외교부도 정진석 의원실에 “외교부는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외국 정부에 전달하는 외교 경로 역할만 담당한다”며 “단 재외공관에 자수 신청서가 제출된 경우에는 보고 요건이 성립된다”고 했다. 이씨가 자수하지 않는 이상 외교부가 소재 보고 등 수사 협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지난 8월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이씨는 현재 지명수배 중인 상태”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민주평통이 이씨 아내 주소를 알고도 쉬쉬한 것은 물론, 법무부와 외교부 모두 이씨의 신병 확보를 외면하고 있다”며 “여권 실세와 연결돼 있다는 이씨에 대한 수사가 두려워 눈을 감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혁진(왼쪽)씨. 이씨가 2012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다. [이씨 블로그 캡쳐]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혁진(왼쪽)씨. 이씨가 2012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다. [이씨 블로그 캡쳐]

옵티머스 사태는 자산운용사 옵티머스가 부실 업체 투자로 5000억원 이상의 금융 피해를 낸 사건이다. 2009년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2017년 6월 옵티머스 자산운용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한 이씨는 2017년 7월까지 업체 대표를 맡아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이씨는 70억원대 횡령, 상해, 조세포탈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2018년 3월 해외로 출국했다. 미국 현지에서 김치 판매 사업을 하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양대 동문이기도 한 이씨는 2012년 서울 서초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고, 같은 해 문재인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지냈다. 앞서 이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도피 목적으로 출국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는 지난해 11월 10일 민주평통으로부터 해외 자문위원 위촉장을 받았다. [SFKOREA 캡쳐]

이혁진씨의 아내 임모씨는 지난해 11월 10일 민주평통으로부터 해외 자문위원 위촉장을 받았다. [SFKOREA 캡쳐]

1981년 출범한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고,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업무를 총괄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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