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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방위비 최소 4배” 불렀다···9조 통보받은 日 반격카드는?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일본 정부가 2021년부터 5년간의 주일미군 주둔 경비 중 일본측 부담액(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협상을 이번 주 내 시작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번주 시작 #현재 약2조원, 미국은 9조까지 증액 압박 #日 난색, 다른 방위사업 협조로 압박 대응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주일미군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교도=연합뉴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주일미군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교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측에 분담금 총액을 4배 이상 올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미국이 추진 중인 소형 위성망 계획 등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증액 압박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트럼프, 韓에는 5배, 日에는 4배 증액 요구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 중 일본이 부담하는 부분을 일본에서는 ‘배려 예산’으로 부른다. 이는 5년마다 맺는 특별협정에 따라 결정되며, 현행 협정은 2020년 말로 만료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이번 주부터 외교ㆍ국방 당국의 심의관급 협의를 화상회의 형식으로 시작한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측은 합의 내용을 12월에 편성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 내년 3월까지 국회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협정에 따르면 일본측은 미군기지 내 직원들의 인건비 및 기지 내 수도광열비, 기지 내 주택 보수·유지 등 시설 정비비 등을 부담하게 돼 있다. 2015년 말에 합의한 2016~2020년도 일본측 분담금 총액은 9465억엔(약 10조 4000만원)으로, 연간으로는 1983억엔(약 2조 1790억원)이었다.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현재의 4배가 넘는 연간 80억 달러(약 9조 2800억원)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는 협상 초기 기존 분담금의 약 5배 수준인 50억 달러(약 5조 8000만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안보전략 협조로 증액 요구에 대응

이에 일본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협정에서 규정한 인건비와 광열·재료비 등을 모두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항목에서 금액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군의 급여와 기지 오락시설 설치 비용 등을 대납할 경우,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인 F-2. 일본은 F-2를 이을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연합뉴스]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인 F-2. 일본은 F-2를 이을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연합뉴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증액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틀에서 미국의 안보 전략에 협력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우선, 1000기가 넘는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미국의 '소형위성망' 계획에 힘을 보태는 방안이다. 이는 소형 위성을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형 무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조엔(약 1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업에서 일본이 일부 위성의 생산 및 발사를 담당해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미 2021년 예산에 관련 연구 비용으로 2억엔(약 22억원)을 반영했다.

일본이 F-2 전투기의 후속으로 2035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도 협상 재료로 검토 중이다. 이 전투기는 일본이 주도해 개발하지만, 레이더나 스텔스 시스템 등을 수입할 예정이다. 대상 업체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사, 노스롭 그루먼 등 3사로 좁혀져 있는데 미국 기업과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주 기초 협의를 시작한다 해도 실질적인 협상은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정권 이양과 맞물려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연내 합의가 어려울 경우, 2021년도 1년간의 비용에 대해서만 잠정 합의할 수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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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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