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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수소차 662대에 충전소 1곳…경기 가서 ‘원정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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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5월 강원도 삼척시청 주차장에서 공공용 수소차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 삼척시]

지난 5월 강원도 삼척시청 주차장에서 공공용 수소차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 삼척시]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최모(33)씨는 올해 초 수소 전기차를 산 뒤 연료를 충전할 때마다 발을 구르고 있다.  춘천에 수소 충전소가 없어 100㎞가 넘는 원거리 충전소를 오가야 해서다.

‘정부 보조금’ 집행 전국 최고지만 #차량만 늘고 삼척 충전소가 유일 #“설치 지역주민 반발에 구축 더뎌”

최씨는 “강원도에는 충전소가 없는 탓에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 130㎞ 거리인 경기 하남시로 가 수소를 넣고 온다”며 “지난 8월에 충전소가 생긴다는 말만 믿고 차를 샀는데 언제쯤 충전소가 생길지조차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소차는 한번 충전하면 600㎞를 달린다.

강원도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수백 대의 수소차를 보급해 놓고도 정작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도내에 보급된 수소차는 662대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춘천이 300대로 가장 많고, 삼척 146대, 원주 119대, 속초 60대, 횡성 20대, 동해 7대, 철원 5대, 고성 4대 등이다.

하지만 수소차 운행에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인 충전소는 강원도를 통틀어 삼척에 단 1곳이 있다. 이마저도 고압 충전방식이 아닌 중압 충전방식이어서 최대 55%만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고압 충전소에서 1회 충전 시 최대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연료를 주입할 수 있다면 중압 방식에서는 430~440㎞ 정도 분량만 충전할 수 있다.

지난해 수소차를 산 박모(32)씨도 불편을 호소했다. 박씨는 “먼 거리를 달려 도착한 충전소가 설비 이상으로 문을 닫는 바람에 서울에 차량을 그냥 두고 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

당초 강원도는 수소 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보고 수소차 보급에 공을 들였다. 정부가 주는 수소차 보조금 집행률이 60%를 넘는 곳도 전국에서 강원도(61.6%)가 유일하다. 강원도는 수소차와 관련된 정부 보조금 223억4000만원 중 158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시·도별 수소차 보조금 집행 비율은 전남 54%, 대전 39.2%, 서울 28.2%, 부산 19.7%, 세종 17.9% 등이다.

수소차 구매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높게 책정한 것도 강원 지역 수소차 보급률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원도는 수소차 1대 당 소비자에게 42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는 수소차 가격의 절반 이상 규모이며, 전국 최고 수준이다. 강원도는 2023년까지 수소차 운행 대수를 1915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는 총 37곳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수소차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울산(1628대)이 6곳, 경기(1310대), 서울(1152대), 경남(802대)이 각 4곳, 광주(614대), 충북(271대)이 각 3곳 순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2018년부터 수소 충전소 8곳을 만들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설득 작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한국도로공사가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와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 등 3곳에 내년까지 충전소를 설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310기의 수소충전소를 주요 교통 기점에 구축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수소에너지에 대해 불안감이 지역주민의 반발로 이어지면서 수소 충전소 구축이 더딘 실정이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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