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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서 숨진 한국인 '피해자 과실' 종결…CCTV 본 유족은 울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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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의 트램.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트램. EPA=연합뉴스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트램에 치여 숨진 한국 유학생 사건에 대해 현지 검찰이 피해자 과실에 의한 사고로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이에 유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유학 중이던 여대생 A(21)씨는 지난 2월 10일 자정 무렵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서 철길을 건너다 트램(노면전차)에 치여 숨졌다. 친구와 저녁 식사 후 헤어진 직후 사고가 났다.

철길을 건너던 중 턱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나려던 순간 트램이 그대로 A씨를 덮쳤다.

5개월간 진행된 수사 결과는 피해자 과실이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갑자기 철길을 건넜고, 트램 기관사가 운전석에서 피해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현지 검찰은 기관사가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라는 이유로 피해자 과실로 인한 사고로 7월 말 수사 종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엔 피해자가 넘어지고 일어서려다 변을 당하는 장면이 모두 담겨있다. CCTV는 기관사와 같은 눈높이에 설치돼 있다. 피해자의 음주 여부도 불분명하다. 부검에서는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유족 측은 "피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대충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재수사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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