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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피살 공무원 월북 결론나면, 유족 순직연금·보상금 못받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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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남)씨의 사망 이유가 월북으로 결론 날 경우 이씨의 유족은 순직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과 보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씨가 8년간 해수부 공무원으로 일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에게만 주어지는 공무원연금도 받지 못할 확률도 높다.

다만 순직으로 인정되지 못하더라도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퇴직일시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길은 남아있다. 이씨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1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미성년 자녀 2명이 있다.

공무-사망 '인과관계'가 관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달 25일 오전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뉴스1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달 25일 오전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뉴스1

6일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이 재해로 사망한 경우 순직(업무 중 사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는 민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 자료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씨의 유족은 순직에 따른 연금이나 보상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무상 사망에 대해 보상 기준을 담은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5조에 따르면 어업감독 공무원이 어업지도선 및 단속정에 승선해 불법어업 지도·단속(출동·복귀 및 부수 활동 포함)을 하다가 입은 재해는 위험직무 순직공무원의 요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4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는 공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 이씨가 공무 중 사망했는지 월북을 시도하다 사망했는지가 유족의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위험순직' 인정되면 보상금·연금 수령 가능

피격 공무원 이모씨의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피격 공무원 이모씨의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만약 이씨 사망이 공무 도중 벌어진 것으로 인정되면 이씨의 유가족은 위험직무 순직공무원 기준에 해당하는 순직보상금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일반순직의 경우 전체 공무원의 평균 월 소득액의 24배를 유족보상금으로 받게 되는데, 위험순직의 경우 이보다 많은 45배를 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올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평균이 539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위험순직 유족보상금은 2억4255만원이 된다.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보상금 외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유족연금도 있다. 위험순직의 경우 유족연금은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월 소득액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해진다. 일반순직(38%)보다 많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여기에 유족 1명당 월 소득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가산된다.

순직 인정 안되면 퇴직일시금 받아야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당섬 선착장에서 어선이 출어하고 있다. 서해5도 인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은 조업 활동을 병행하며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공무원 수색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당섬 선착장에서 어선이 출어하고 있다. 서해5도 인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은 조업 활동을 병행하며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공무원 수색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만약 이씨의 사망이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유가족은 순직보상금·연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55)씨에 따르면 이씨는 약 8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10년 이상 근무해야만 주어지는 공무원연금 지급 대상도 아니다. 다만 퇴직일시금은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제51조 퇴직일시금 조항에 따르면, 재직기간 10년 미만의 공무원 퇴직시 일정한 산식에 따라 퇴직일시금을 지급받게 된다.

해경 “실종자 월북 정황 판단”

아직 해양경찰청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해경은 지난달 29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인위적인 노력 없이 (이씨가)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실종자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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